[사설]국민의힘, 정신 바짝 차려야

[사설]국민의힘, 정신 바짝 차려야

국민의힘이 위태하다.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당은 보이지 않는다. 야당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지만 존재감은 더 희미해졌다. 앞날도 밝지 않아 보인다. 선거판을 주도하기는커녕 계속 끌려다니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차기 대권 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이 3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4.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9%였다. 그 뒤를 홍준표 무소속 의원(7.6%), 정세균 총리(2.6%),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5%)이 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공교롭게 윤 전 총장을 지지한 층은 국민의힘(67.7%)과 보수성향층(50.9%)이었다.

이보다 앞서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눌렀다. 색깔을 강조한 나 후보가 신승할 것으로 봤지만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오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다. 만약 안 후보 쪽으로 단일화된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껄끄러운 상황이 연출된다. 오 후보가 이길 것으로 낙관하지만 결과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후보는 대선주자급 인지도 인물이다. 경선 룰도 변수다. 더욱이 보수 선명성을 강조한 나 후보가 미끄러져 나간 상황이다. 뚜껑은 열어 봐야 하겠지만 안 후보로의 단일화 공산도 높다.

현재 가장 강력한 야권 대선 주자는 윤 전 총장이다. 국민의힘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낸 인물이다. 영입하더라도 실타래는 풀어야 한다. 이래저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자칫 서울시장과 대선 주자 모두 여론에 밀려 불편한 인물을 지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져 보면 국민의힘이 자초했다. 야권에서 의석이 가장 많은 대표 정당이지만 변화의 요구에 둔감했다. 정체성과 조직력 면에서도 발목이 잡혔다. 선거에 대패했지만 아직도 '수구꼴통'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닭 쫓던 개' 꼴로 전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