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수요기업과 팹리스 업체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의 차량용 반도체 지원 대책을 환영하면서 생태계 육성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해외 반도체 회사들이 정보기술(IT) 기기용 칩 비중을 늘리면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IT 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고수익성인 IT 제품용 칩 생산 비율을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도 이러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NXP, 인피니언, 르네사스 등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상황이 지속되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따라서 오히려 이번 공급 부족 문제는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해외 의존도를 낮추면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할 수 있는 기회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완성차와 팹리스 간 협력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차량용 팹리스 업체 대표는 “아무리 반도체 제품을 잘 만들어도 수요 기업 스펙에 맞출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우리나라 제품을 쓸 수 있도록 연결해줄 수 있는 '가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연구 기관에서 국내 팹리스가 만든 칩을 실증 테스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팹리스들이 ISO26262, AEC-Q100 등 까다로운 평가 규격을 만족하는 고신뢰성 반도체를 실증 테스트 할 수 있는 차량, 트랙 등 각종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국내 팹리스와 완성차 업체 간 거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각종 인센티브 제도 개선, 열악한 수준의 차량용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도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달 수급 차질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를 통한 대체 생산 역량 확보도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와 팹리스, 파운드리 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 역량을 확충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