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상 처음 갤럭시A 시리즈 글로벌 언팩 행사를 통해 갤럭시A52와 갤럭시A72를 공개했다.
갤럭시A 시리즈 위상을 주력 스마트폰에 준하게 격상한다는 의미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의지가 예사롭지 않음을 시사한다.
다만 시장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역시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앞세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준하는 스펙으로 무장, 파상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갤럭시A, OIS와 방수방진 등 프리미엄 경험 제공
갤럭시A52와 갤럭시A72는 삼성전자 중급형 스마트폰 중 판매량 기대치가 높은 대표 모델에 속한다. 지난해 출시된 전작 또한 각각 50만원대와 60만원대 출고가로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 첫 진입, 예상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높은 제품 완성도와 합리적 가격으로 5G 보급을 촉진했다는 평가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광학식손떨림보정(OIS)과 IP67 등급 방수방진 적용이다. 중저가 스마트폰 소비자 희망 1순위로 손꼽히던 스펙을 갤럭시A 시리즈에 도입,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사진과 영상을 통한 자기표현에 몰입하는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 수요를 반영, 갤럭시A52와 갤럭시A72 메인 카메라에 OIS를 전격 채용했다. 갤럭시A72는 갤럭시S21과 동일한 30배 줌 기능까지 지원한다.
OIS는 카메라 모듈 내 렌즈가 스마트폰 움직임에 따라 피사체 초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급격한 움직임이나 어두운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후면에는 6400만화소 메인 렌즈와 초광각, 망원, 접사 등으로 구성된 쿼드 카메라가 장착됐다. 전면 카메라는 3200만화소로 펀치 홀 디자인의 인피니티-O 방식이다.
갤럭시A 시리즈에 IP67 방수방진 적용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1m 수심에서 최대 30분까지 버티는 수준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디스플레이는 각각 6.5인치, 6.7인치로 기본 90㎐ 주사율을 지원한다. 갤럭시A52 5G 버전은 120㎐가 적용됐다. 배터리는 4500㎃h, 5000㎃h로 25W 고속충전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 전력 효율성을 개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이틀(4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저가 앞세워 확실한 1위 수성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애플(15%), 화웨이(14%), 샤오미(11%), 오포(8%) 순이다.
전체 출하 물량으로는 선두 자리를 고수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제조사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A 시리즈를 글로벌 언팩 무대에 등판시킨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프리미엄 시장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저가 시장에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는 의미다.
IDC 역시 향후 4년간 평균판매가격(ASP) 400(약 45만원)~600달러(약 68만원) 스마트폰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900달러(약 100만원)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로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최다 판매 모델 또한 갤럭시S20이나 갤럭시노트20 시리즈가 아닌 갤럭시A51이다. 출고량 상위 10개 중 삼성전자 스마트폰 4개 모델이 포함됐지만 갤럭시A21s, 갤럭시A01, 갤럭시A11 등 엔트리급(최저가)만이 순위권에 포함됐다.
국내 시장에서도 30만원대 롱텀에벌루션(LTE) 모델인 갤럭시A31 출하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대별 시장 비중은 400달러 이하가 2019년 34%에서 지난해 41%로 늘어난 반면에 800달러 이상 제품은 38%에서 32%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또한 중저가폰 강세를 가속화했다.
◇中 스마트폰과 맞대결 불가피…애플도 복병
중국 제조사 행보도 만만하지 않다. 40만~60만원대 중저가 모델에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되던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한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샤오미 레드미 K40 시리즈와 16일 공개된 오포 리얼미GT는 갤럭시S21 시리즈와 동일한 퀄컴 스냅드래곤888 칩셋을 탑재했다. 디스플레이 주사율도 120㎐를 기본 지원한다.
중국 현지 출고가는 2799위안(약 47만원)으로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 절반도 되지 않는다. 중국 시장만이 아닌 유럽과 인도 등 글로벌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둔 모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A52·갤럭시A72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낮은 가격대의 초저가 시장에서도 공세가 지속되고 있다. 샤오미는 20만원대 레드미노트10 시리즈를 5G 모델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시장에는 LTE 모델로 출시를 앞뒀다. 레드미노트10 프로맥스는 30만원대 초반 출고가에 1억800만화소 후면 카메라까지 탑재했다. 외주업체에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탁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을 활용한 결과다.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했던 화웨이는 미국 정부 제재가 강화된 이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이탈 수순을 밟았다. 중국 시장에서도 부품 수급 난항으로 일부 신제품 출시에 제동이 걸리며 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 자리를 내주는 처지다.
2분기 중 출시 가능성이 제기되는 2021년형 애플 아이폰SE 신제품은 복병이다. 애플은 지난해 4년 만에 아이폰SE 2세대를 선보이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동안 애플이 집중해온 프리미엄 영역뿐만 아니라 보급형 시장에 참전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 전체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당시 삼성전자가 갤럭시A51 5G를 서둘러 출시한 것도 아이폰SE 2세대(국내 출고가 55만원)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이폰SE 2세대는 지난해 글로벌 출하량에서도 아이폰11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갤럭시A51을 두 계단 앞섰다. 올해 아이폰SE 신제품 출시가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에 최대 위협적 상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