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사업 전략 수정…'효율·수익'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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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플랫폼사업팀 해체…인력 재배치
메모리比 수익성 낮고 단기 성과 어려워
제품군 확대 대신 자율주행 R&D에 주력
고부가 사업 발굴 위해 조직 효율성 제고

지난해 10월 반도체대전(SEDEX)에 참가한 삼성전자 부스
지난해 10월 반도체대전(SEDEX)에 참가한 삼성전자 부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사업 조직을 정비했다. 사업을 담당하던 '부품플랫폼사업팀'을 해체하고, 업무를 다른 사업부로 흡수시켰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삼성전자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부품플랫폼사업팀장을 맡았던 퀄컴 본사 부사장 출신인 이태원 전무가 시스템LSI사업부의 '커스텀SOC사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품플랫폼사업팀은 DS부문 직속 부서로, 전장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및 메모리 기술 마케팅과 영업을 위해 2017년 말 구성됐다. 삼성은 이 조직을 구성하며 퀄컴 연구개발(R&D)을 담당한 이태원 전무를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플랫폼사업팀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을 담당하는 인력은 시스템LSI사업부 커스텀SOC사업팀으로, 차량용 메모리 인력은 메모리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고 밝혔다. 부품플랫폼사업팀 구성원들은 각 사업부에서 기존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플랫폼사업팀 해체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를 의미한다. 차량용 반도체가 성장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삼성전자가 진입할 만한 품목은 많지 않아 새 판을 그리는 것이다.

자동차 한대에는 전력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200~300개 반도체가 탑재된다. NXP,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이 주요 공급 업체다.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확대로 차량용 반도체는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전력 반도체, MCU와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NXP, 인피니언, ST마이크로가 차량용 반도체로 거두는 매출은 연간 3~4조원 정도다. 지난해 반도체 사업으로만 72조원 매출을 벌어들인 삼성전자로서는 '파이'가 작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량용 반도체는 메모리와 같은 삼성전자 주력 사업에 비해 수익성도 낮다. 주요 업체들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4~14%다. 전체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률 20% 이상, 특히 2018년 51.65% 영업이익률을 경험했던 삼성전자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3년간 주요 전장 반도체 회사의 차량용 칩 사업 연간 매출 추이.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취합>
최근 3년간 주요 전장 반도체 회사의 차량용 칩 사업 연간 매출 추이.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취합>
최근 3년간 주요 전장 반도체 회사의 차량용 칩 사업 연간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취합>
최근 3년간 주요 전장 반도체 회사의 차량용 칩 사업 연간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취합>

수년간 제품을 개발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의 특성도 삼성전자에 매력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삼성전자 특성상 이른 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내야 한다”며 “고신뢰성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수년간 투자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경영진이 사업 전개를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지속 대응하면서도 미래 새로운 성장 품목을 발굴하는 차원에서 각 사업부에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분산시키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며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차량용 반도체 전체를 아우르기보다 아우디와 같은 유력 자동차 회사에 인포테인먼트용 AP를 공급하거나 차량용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형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왔다. 삼성은 이들 사업을 지속하되 새로운 차량용 반도체 사업 전략으로 고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품목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도 자율주행차 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칩을 개발, 제조하면서 고성능컴퓨팅(HPC)급 연산이 필요한 하이엔드 프로세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AP 사업을 이어가는 것은 맞지만, 차세대 전장용 칩 로드맵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 엑시노스 오토 8890
삼성 엑시노스 오토 8890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 <사진=웨이모>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 <사진=웨이모>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