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개정안에서 전자금융업자가 사실상 금융기관과 동등한 지위를 갖추게 되므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비롯한 금융규제를 같은 수준으로 적용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정안에서 전자금융업자가 높은 규제비용이 드는 업무는 피해가면서 기존 금융기관과 동등한 수준의 사업 자격을 확보한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23일 민병덕·배진교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쟁점과 대응과제' 토론회에서는 빅테크도 금융소비자보호 의무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전금법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전금법 개정안에서 신설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은행 고유업무인 지급계좌 예치금 기반 지급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예탁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은행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또 신용카드사처럼 직불, 선불, 후불 지급수단을 발행하고 지급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신용카드사로 보지 않는다.
이처럼 은행법과 여신전문업법을 우회하게 됨에 따라 낮은 규제비용으로 비금융사업자 유사 여·수신업 진입을 합법화했다는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원은 “선불계좌 고객 예탁금은 은행 수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은행법 적용에서 배제했고 결국 느슨한 관리를 방치하는 효과를 낳는다”며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기관과 동급으로 간주해 한국은행 지급결제제도의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허용함으로써 전자금융업자의 법적 성격과 지위를 편의적, 자의적으로 분류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금융회사는 규제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했는데 전자금융업자는 금융업종에서 제외돼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가장 큰 전자지급결제 시장은 지역화폐 상품권으로 기존 3000억원에서 최근 15조원 이상 규모로 급증했지만 아무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다른 간편결제도 전자지급서비스에 해당하지만 전자통신망법상 규제를 받고 있어 사업자별 규제가 제각각이어서 통합적인 관리·감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사실상 수·여신과 내국환 업무를 수행하지만 금융관련 법령상 금융사가 아니어서 은행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금산법, 예금자보호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실명제법,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며 “현 지정제를 인가제로 바꾸고 금소법, 금융실명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을 전부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개정안에 금소법 고유의 소비자보호 혜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며 “최소한 종합지급결제업자만이라도 금소법을 전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핀테크산업협회는 정보침해나 부정거래에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한 알고리즘과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소액 후불결제나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은 금융업 전업주의 원칙이나 금융사 이해관계를 떠나 소비자 편익증진과 전자상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고려해야 타당하다”며 “전금법 개정안에 포함된 여러 규제가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디지털금융 혁신과 확산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진 금융위원회 과장은 “빅테크는 사용자 락인 일환으로 금융서비스를 도입한 것이지 자체로 금융업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아니기에 기존 금융업자와 접근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빅테크 사용자가 다른 은행이나 빅테크 사용자에게 이체할 때 특정 개인 명의가 아닌 해당 빅테크 법인명으로만 표기된다”며 “그래서 고객예치금 100% 외부유치와 이용자 우선변제, 내부결제 외부청산 등 소비자보호 기능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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