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를 뒤흔들었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생태계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V와 정보기술(IT) 기기 수요도 함께 급증했다.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OLED 패널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OLED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9.6% 늘어난 130억달러로 전망했다. 전체 디스플레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OLED 시장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핵심이 되는 소재 산업은 견실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서 OLED 소재를 상당 부분 수입하고 있다. OLED 소재 기술 난도가 높아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 2019년 일본이 우리나라 핵심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OLED 산업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였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이 국산화를 통해 해외 의존도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소재 원천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OLED 소재도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소부장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OLED 소재 전문기업 피엔에이치테크도 그 중 하나다.
※ OLED 시장 및 OLED 발광재료 시장 전망(단위:십억달러)
자료:유비리서치,IBK투자증권
■기업개요
2007년 설립된 피엔에이치테크는 OLED 디스플레이용 유기 전자 소재를 개발·제조한다. OLED는 전류를 가했을 때 각종 발광 물질이 '발광층(EML)'에서 빛을 내는 구조다. 발광층에서 전자와 가상의 입자인 전공이 만나 빛을 내기 때문에 전자와 정공 이동을 돕는 보조층이 필요하다. 전자가 이동하는 보조층을 전자수송층(ETL), 정공이 이동하는 보조층을 정공수송층(HTL)이라고 부른다.
피엔에이치테크는 2008년부터 HTL용 유기물 유도체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대표 제품이 유기물을 합성할 때 반응성을 높이기 위한 팔라듐 촉매와 정공이 쉽게 이동하도록 돕는 HTL 중간체 등이 있다. 이후 각종 연구개발(R&D) 인프라를 확충하고 본격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유기물을 기판에 적용하는 증착기뿐만 아니라 고순도 승화정제 장치도 독자 개발했다.
피엔에이치테크는 2016년 코넥스에 상장하면서 본격 도약기를 맞이한다. OLED 소재 추가 상용화에 이어 2017년 대규모 양산 체계의 주축이 될 진천 공장을 완공해 가동 중이다. OLED 소재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인정받아 2018년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상생기술협력 펀드를 지원받았다. 2019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스케일업 자금을 지원하는 '예비유니콘' 사업에도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OLED 소재 국산화에도 뛰어들었다. 현재 미국 듀폰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다. 피엔에이치테크 지난해 매출은 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피엔에이치테크는 신규 제품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수익이 증대, 올해 매출액 193억원을 목표로 한다.
※ 피엔에이치테크 제품별 매출 비중 전망
자료:피엔에이치테크, 유진투자증권
■강점과 기회
피엔에이치테크의 최대 강점은 R&D 역량이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 OLED 소재 국산화가 가능했던 것도 R&D 투자의 결실이다. 피엔에이치테크는 2010년 이후 매출액 14.46%(평균)를 R&D에 투입했다. 특히 현재 양산에 들어간 OLED 소재를 본격 개발한 2016~2017년 R&D 비용은 매출액의 30%에 육박했다. 높은 매출 대비 R&D 비중뿐만 아니라 고급 연구 인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피엔에이치테크의 OLED 소재 관련 석·박사 인력은 70%에 달한다.
치열한 R&D 투자 결과로 피엔에이치테크는 다수 OLED 소재와 합성 기술에 관한 특허를 다수 확보했다. 현재까지 특허 212건을 출원했고 70건 등록을 마쳤다.
올해부터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수익 창출도 시작했다. 피엔에이치테크는 3월 한 글로벌 화학회사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은 피엔에이치테크가 글로벌 화학회사와 견줄 만큼 OLED 소재 기술력을 갖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OLED 소재 분자 구조 설계와 합성 기술도 인정받았다. 피엔에이치테크는 미국 듀폰사와 장수명 청색 발광 소재를 공동 개발해 양산에 돌입했다. 청색 발광 소재는 특히 국산화가 어려운 분야로 손꼽힌다. 듀폰 특허 기술에 더해 피엔에이치테크 소재 설계 합성 기술을 더해 청색 발광 소재 양산에 성공했다. 양산 인프라 확충을 위해 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2월 OLED 소재 설비 확충을 위해 13억원 규모 투입을 결정, 연매출 1000억원 규모가 가능한 시설을 확보한다.
OLED 소재 국산화로 국내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 더해 글로벌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거래처를 추가하고 독일에서는 유기 태양광전지 소재 공동개발을 협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1% 비중인 수출 비중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약점과 위협
OLED 소재에 집중하기 때문에 OLED 시장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게 위협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주 고객처가 국내 기업과 해외 소재 기업에 국한돼 고객사 투자 상황에 따라 매출 변동폭이 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올해와 내년 OLED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돼 시장 영향에 따른 매출 변화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피엔에이치테크 실적 추이 및 전망
자료:피엔에이치테크, 유진투자증권 전망
<MARKET COMMENT>
■IBK투자증권:2021년 영업이익 23억원으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신제품 본격 양산과 중국 신규 고객 유치 효과로 1분기에만 매출 4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R&D 인력 채용 증가로 전사 직원 수가 작년 말 39명에서 올해 5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외형 급증으로 비용 부담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듀폰과 공동 개발한 제품은 수요처가 확실하다. 특히 장수명 블루 호스트 경우 기존 일본 기업의 독점 제품을 대체하는 성과가 기대된다. 자체 개발 중인 P도판트 제품은 기술 난도가 높은 대신 고가 제품이어서 양산(2023년 예상) 시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과의 공동 기술개발 전략을 통한 본격적인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 고객사와 소재 공동 개발 및 주요 국책 사업 공동 참여를 통한 안정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듀폰과 국내 LG디스플레이와의 안정적 매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부터 고굴절 캐핑층(CPL), 레드호스트, 장수명 블루호스트 등 본격적 양산이 시작되면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
피엔에이치테크 기업 개요(3월 26일 기준)
<※ OLED 시장 및 OLED 발광재료 시장 전망(단위:십억달러) (자료:유비리서치,IBK투자증권)>
<※ 피엔에이치테크 제품별 매출 비중 전망 (자료:피엔에이치테크, 유진투자증권)>
<※피엔에이치테크 실적 추이 및 전망 (자료:피엔에이치테크, 유진투자증권 전망)>
<※피엔에이치테크 기업 개요 (3월 26일 기준)>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