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지털치료제, 美 FDA 첫 임상 돌입...국내 규제 정비 시급

국산 디지털 치료제(DTx)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에 돌입한다. 주말 서울 강남구 빅씽크테라퓨틱스에서 연구원이 강박장애(OCD) 디지털 치료제 오씨프리에 대한 FDA 임상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국산 디지털 치료제(DTx)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에 돌입한다. 주말 서울 강남구 빅씽크테라퓨틱스에서 연구원이 강박장애(OCD) 디지털 치료제 오씨프리에 대한 FDA 임상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국산 강박장애(OCD) 디지털치료제(DTx)가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에 들어간다. FDA 승인을 받으면 북미 등 세계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빅씽크테라퓨틱스는 28일 OCD DTx '오씨프리'가 국내 연구자 임상에서 기존 인지행동치료(CBT)와 동등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DTx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게임·가상현실(VR) 등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로,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DTx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빅씽크는 임상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승인을 거쳐 다음 달부터 미국에서 '오씨프리' 탐색임상을 위한 OCD 환자 모집을 시작한다.

탐색임상은 미국 내 3개 지역에서 만 18세 이상 환자 30명을 모집, 6주 동안 진행할 계획이다. 탐색임상과 본임상을 거쳐 오는 2025년 FDA 승인을 받는 게 목표다. DTx의 경우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탐색임상과 본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 승인 절차인 510k(시판 전 신고)를 획득해야 처방할 수 있다.

빅씽크는 현재 미국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아이큐비아와 임상 디자인 논의를 끝내고 IRB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빅씽크는 지난해 10월 FDA에 오씨프리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하기 전 사전회의를 신청, 올해 초 임상 효과 증대와 환자 모집 방법 등 제안을 포함한 공식 답변서를 받았다.

오씨프리는 오염 강박증 치료용 앱이다. 의도적으로 강박증을 유발하는 사물과 환경에 노출시켜서 불안함을 견디고 강박행동을 참는 심리치료 기법인 노출 및 반응방지법(ERP)을 활용해 개발됐다.

빅씽크는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와 진행한 연구자 임상에서 오씨프리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오씨프리를 사용한 환자 12명과 일반 CBT 치료를 진행한 15명의 강박증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동등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6주 동안 진행된 임상 기간에 임상 증상과 뇌 기능 활동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오씨프리 사용 환자군의 증상이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

빅씽크 관계자는 “연구자 임상 표본이 많지 않아 통계적 유의미성을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DTx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본임상을 통해 효과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박 대상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중도 포기율이 높고 규칙적인 홈트레이닝이 어려워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DTx를 통해 약물이나 심리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빅씽크는 코스닥상장사 케이피에스의 자회사다. 케이피에스는 기존 OLED 사업과 함께 바이오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산 디지털 치료제(DTx)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에 돌입한다. 주말 서울 강남구 빅씽크테라퓨틱스에서 연구원이 강박장애(OCD) 디지털 치료제 오씨프리에 대한 FDA 임상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국산 디지털 치료제(DTx)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에 돌입한다. 주말 서울 강남구 빅씽크테라퓨틱스에서 연구원이 강박장애(OCD) 디지털 치료제 오씨프리에 대한 FDA 임상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DTx는 2017년 FDA가 세계 최초로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치료용 앱 '리셋'을 허가하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DTx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연평균 19.9%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26년 1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일부 보험사가 DTx 수가를 인정하면서 실제 처방도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8월 DTx의 정의, 판단 기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아직 DTx로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더라도 처방 기준과 수가 적용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 환자에게는 처방이 어렵다.

빅씽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허가와 상용화에 이르는 과정에서 규제의 불확실성이 존재해 미국 현지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면서 “관련 제도 도입과 함께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와 비교해 DTx의 동등한 치료 효과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변화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