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SK텔레콤, 김영삼 정부에서 이통 사업권 획득

선경그룹이 한국이동통신 주식 23% 매입 위한 입찰서 제출하는 모습(1994.1.25)
선경그룹이 한국이동통신 주식 23% 매입 위한 입찰서 제출하는 모습(1994.1.25)

SK그룹은 1980년대부터 이동통신 사업을 준비했다. SK텔레콤이 노태우 정부에서 이동통신 사업권을 획득했다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사업권을 확보한 건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체신부의 1~2차 심사 결과 선경그룹의 대한텔레콤이 압도적 차이로 제2 이동통신 사업 허가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당시 민자당 대선후보였던 김영삼 대표는 선경그룹 회장이 노 대통령과 사돈 관계라고 특혜 시비를 거론하며 선경그룹의 제2이동통신 사업권 획득에 강력히 반발했다.

1992년 8월 20일 합법적 절차와 공정한 경쟁을 거쳐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던 선경그룹은 일주일 만인 27일 반대 여론을 감안,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선경그룹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획득한 사업권을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반강제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특혜'가 아니라 '불이익'을 받은 셈이다.

선경그룹은 “국민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사업권을 자진 반납하는 것이며 오해 받을 우려가 없는 차기 정권에서 재참여, 실력으로 승부해 정당성을 인정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체신부도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문제를 차기 정권으로 이양한다는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불과 1주일 만에 백지화됐다.

선경그룹이 반납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은 1994년 2월 포철(1대 주주)과 코오롱(2대 주주) 컨소시엄(신세기이동통신)에 돌아갔다.

1993년 2월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공정한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위해 전경련에 단일 컨소시엄 구성을 일임하고 한국이동통신의 민영화도 동시에 추진한다.

선경그룹은 정권 교체 이후 재도전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당시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었던 탓에 다시 한번 특혜 시비에 몰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결국 최종현 회장은 선경그룹이 제2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할 경우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며 1992년 사업권 반납 결정에 이어 불참을 결정했다.

대신에 막대한 인수 자금이 투입되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민영화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종현 회장은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추진했다.

선경그룹은 제2 이통을 두 번 포기하며 1994년 1월 공개입찰을 통해 한국이동통신 주식 23%를 확보함으로써 이동통신 사업 진출에 성공했다. 선경그룹의 제2 이통사업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공개입찰을 통해 경영권을 인수함으로써 정당성과 공정성을 획득한 것이다.

선경그룹은 한국이동통신 경영권 획득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

상장사였던 한국이동통신 주가는 8만원 수준이었는데 민영화 소식과 선경그룹 참여가 알려지자 급등하기 시작했다. 선경그룹은 시세보다 비싼 주당 평균 33만5000원(총 4271억2500만원)으로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확보했다.

최종현 회장은 “인수 금액이 높아야 나중에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며 “이동통신 사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만큼 앞으로 회사 가치를 키우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최종현 회장은 1980년 '2000년대 세계 일류의 정보통신기업'을 선경그룹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1984년 미주 경영기획실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발족하고 미국이 보유한 정보통신 관련 정보·기술을 습득케 했다. 또 1989년 10월에는 미국 뉴저지 주에 현지법인 유크로닉스를, 1990년에는 미국 CSC와 합작으로 선경정보시스템을, 1991년에는 선경텔레콤(1992년 대한텔레콤으로 사명 변경) 등을 연이어 설립하며 정보통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이동통신 인수는 10년 노력과 철저한 준비의 결실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