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반도체 테스트 업체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천병태 에이엘티 대표의 자신감은 남달랐다. 2003년 설립된 에이엘티는 전(前)공정이 끝난 웨이퍼를 테스트하고 조립하는 후공정 업체다. 오늘날 각종 전자기기의 두뇌와 눈이 되는 시스템 반도체가 주목받는 만큼 반도체가 올바르게 작동하는지를 검사하는 테스트 업체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천 대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테스트해야 할 반도체 물량도 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엘티는 CMOS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반도체(PMIC) 등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반도체 후공정을 맡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회사 외에도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들이 에이엘티의 고객사다.
에이엘티는 신규 고객사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수년간 다양한 설비를 팹 내에 들였다. 지난해에만 300억원 이상의 설비 투자로 DDI와 이미지센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최신 장비를 갖추면서 신규 고객사 확보 준비를 마쳤다.
천 대표는 과거 SK하이닉스에서 임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SK하이닉스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테스트 분야의 디지털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지금도 그의 혁신 정신은 회사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에이엘티는 반도체 테스트 기술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비 개발에도 한창이다.
특히 전장용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 반도체 테스트에 활용되는 '타이코 웨이퍼' 가장자리를 레이저 커팅 방식으로 잘라내는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블레이드 커팅 방식보다 훨씬 매끄럽고 정확하게 자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천 대표는 31일 “독자 기술을 활용한 에이엘티만의 장비”라면서 “최근 국내 유력 파운드리 업체에 장비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CMOS 이미지센서 공정 이후 다이를 빠르게 검사하고 양품의 칩만 골라내 웨이퍼 형태로 재배열하는 장비를 개발해 에이엘티 팹에 도입했다.
천 대표는 “신규 사업에만 100억원을 투자했다”면서 “테스트와 패키지가 모두 가능한 턴키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천 대표는 앞으로 국내 고객사 외에도 해외 시스템반도체 회사 확보에 집중, 에이엘티를 글로벌 테스트 기업으로 만든다는 각오다.
그는 “신규 사업 안정화, 해외 고객사 확대가 올해의 목표”라면서 “최적 솔루션 제공을 위해 고객사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