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빅테크 제재 나선 中, 한국도 컨틴전시 플랜 수립해야

[데스크라인]빅테크 제재 나선 中, 한국도 컨틴전시 플랜 수립해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중국 시장감시총국이 인터넷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시행을 본격화했다.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한국 등 해외 기업 대상으로 규제 고삐를 죄고 있어 정보기술(IT) 분야 무역 갈등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양한 핀테크 기업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중국은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취약계층이 많은 국가다. QR코드 등 핀테크 기반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생활 속에 침투했다.

핀테크 서비스의 침투와 사용이 급격히 늘면서 국가 산업망으로 불리는 전통 금융서비스의 이용률이 떨어지고, 빅테크 기업이 국가 전반에 걸쳐 입김이 세지는 등 독과점 우려가 야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최근 데이터 독점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침해 금지와 금융업 영위 시 인가를 통한 원칙을 다시 정립하고 여러 규제안을 내놓는 등 칼을 빼 든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등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 강화를 위해 '반부정경쟁 부처 연석회의'를 설치했다.

대형 핀테크 기업의 데이터 독점을 막고, 이들 기업의 관리·감독을 정부가 주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동안 중국 핀테크 기업은 현지 금융기관과 공조해서 온라인 소액대출을 선보인 바 있다. 이용자는 급증했고, 이때 발생할 신용 위험은 모두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 같은 공동 사업은 빅테크 기업이 보유한 신용평가 알고리즘에 의존한 형태로 전통 금융보다는 알리바바·텐센트 등 플랫폼 기업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규제안을 통해 온라인 소액 대출 기관이 제3자 금융기관과 공동 대출 시 대출금액의 최소 30%를 조달하도록 규정했다.

지난해 상반기의 엔트그룹 신용대출 잔액은 1조8000억위안(약 300조원)에 달한다. 제3자 금융기관과의 공동 대출을 통해 자체 조달 금액이 360억위안(6조원)에 불과했지만 50배가 넘는 대출을 실행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인터넷 플랫폼 영향력 확대에 따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플랫폼 경제 반독점 지침도 발표했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플랫폼 거래액, 거래량, 사용시간, 이용자 수, 트래픽 등을 고려해 민감한 고객 자료를 공유 또는 담합해서 경쟁사를 배제하거나 보조금을 원가 이하로 지급하는 행위 등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적용으로 한국 시장에도 일부 악영향이 예상된다. 중국 기업과 제휴해서 사업을 하거나 지분 투자를 받은 기업이 상당하다.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를 신청했지만 2대 주주인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와 관련한 서류 제출 미비로 보류됐다.

최근 비대면 사회 진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로페이도 텐센트 등과의 QR 연동을 마쳤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중국 관광객도 한국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지만 중국 현지의 강력 제재로 사업 확장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다양한 핀테크 기반 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 정부의 규제안 시행은 유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많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규제안을 꺼내든 만큼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한 면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당장 개화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해외 금융 정책 변화에 면밀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