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1일 “주택정책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대출규제 완화 카드를 내밀자 이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토지주태공사(LH) 임직원 등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 및 관련 후폭풍이 여권 악재로 작용하면서 당청간 엇박자도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실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선거를 앞두고 여러가지 다양한 제안이 있지만, 그와 무관하게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기초단체간 마음을 모아 공급 등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은 그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실요수자에 대해선 대출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다음날인 30일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과 신혼세대가 안심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고 그 빚을 갚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이 전 대표 구상에 대해 “생각해 볼만 하다”며 청년·무주택자에 대해선 규제완화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 정책 콘트롤타워인 정책실장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전임 김상조 정책실장부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는 대출규제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은 최근까지도 대출규제를 완화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 실장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이 많은 실망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했다.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유동성이 풀리고 자산가격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실패다 성공이다 말하기는 매우 복잡적인 내용”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전임 김상조 정책실장 사퇴의 결정적 역할이 됐던 임대차 3법에 대해선 “약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제도 변화에 따라 생길 긍정적 효과, 방향성에 대해 먼저 주목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발표된 수출동향을 언급하며 “방역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 기업들이 대외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미국 시장 등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바이오, 석화 부문에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소상공인 매출에 대해선 “현재 아주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방역 상황이 나아지면 회복흐름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