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독자 개발한 '양극 산화막'(AAO) 기술로 반도체 소재·부품 글로벌 공급망 진입에 성공했다. 미국, 이탈리아 등 해외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차별화한 기술력과 품질로 시장에 도전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반도체 부품 전문 업체 포인트엔지니어링(대표 안범모)은 최근 '프로브 핀' 사업 분야에서 월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해외 고객사를 확보했다.
현재 글로벌 프로브 핀 시장은 미국 폼팩터와 이탈리아 테크노프로브가 주도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과 까다로운 품질 기준이 요구되는 반도체 후공정용 부품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기술 자립화에 성공한 셈이다.
포인트엔지니어링은 그동안 AAO를 기반으로 프로브 핀·카드 사업을 집중 육성했다. AAO는 애노다이징(양극산화) 공법으로 제조하는 세라믹 성분 기판이다. 알루미늄을 전해질 용액에 침지한 후 전하를 인가하면 표면에 생성되는 산화피막을 성장시키는 기술이다.
기존 세라믹 소재보다 균일한 품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가격경쟁력이 높아 반도체 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기존 세라믹 원료와 성형기술을 AAO로 대체하면 재료·부품 자립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AAO, 대면적 기판 제조, 3차원(D) 초소형 정밀기계 기술(MEMS)로 반도체 시장용 제품을 사업화할 계획”이라면서 “소재부품기술개발 전략핵심소재자립화 기술개발 2차연도 정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브 카드·핀은 생산된 반도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칩과 테스트 장비를 연결하는 테스트용 부품이다. 메모리 소자 선폭 감소, 낸드 단수 증가, 고용량화 등 반도체 시장 트렌드에 따라 테스트 시간이 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포인트엔지니어링은 AAO를 활용해 포토레지스트(PR) 기반의 기존 프로브 핀 대비 정밀하고 종횡비가 높은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예컨대 기존 PR 소재가 1회 공정에 40마이크로미터(㎛) 높이 수준의 핀 제작이 가능했다면 AAO 기반 제품은 한 번에 100㎛ 이상으로 형성할 수 있다.
회사는 이번 신사업을 위해 양산 설비 구축에 1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8인치 크기 AAO 웨이퍼를 월 약 1000장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8인치 AAO 웨이퍼 한 장에 포함된 프로브 핀은 2만여개다. 개당 단가가 1∼3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월 평균 최소 20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이번 공급 실적을 기반으로 향후 삼성전자, TSMC, 인텔, AMD 등 글로벌 업체까지 판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인트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고집적화·소형화 추세인 반도체는 소자 제작기술은 물론 검사 등 후공정 소재·부품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향후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선두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