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휴대폰(MC) 사업을 종료하고 사업구조 재편과 체질 개선을 본격화한다. 휴대폰 사업 역량을 가전·전장 등에 내재화, 미래 사업을 강화한다.
휴대폰 사업 철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원칙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4년차를 맞는 구 회장의 미래 성장사업 중심 사업구조 재편 행보가 LG전자는 물론 LG그룹 전체로의 확산이 전망된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개최, 오는 7월 31일자로 MC사업부문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는 휴대폰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지난 1995년 휴대폰 사업에 진입한 지 26년 만에 23분기 연속 누적적자 5조원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올해 1월 20일 임직원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MC사업부문 운영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약 2개월 만에 종료를 확정했다.
LG전자는 이날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는 한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 연구개발(R&D)은 지속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6세대(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SW)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인 만큼 최고기술경영자(CTO) 부문 중심으로 R&D를 지속한다.
당장 LG전자의 현재와 미래로 불리는 생활가전(H&A)과 전장(VS) 사업부문 포트폴리오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MC사업부문의 운용체계(OS)부터 애플리케이션(앱)·플랫폼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 역량과 기술자산을 보유한 만큼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과 연결된 스마트홈은 물론 스마트TV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VS 사업부문은 전기차 분야 SW 역량 확보를 시작으로 '가전-전기차'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기술 개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짙다. 여기에 미국 퀄컴과 협업해 개발하고 있는 '5G 커넥티드카 플랫폼' 등 차세대 통신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종료함에 따라 재무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전장 등 유망 분야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LG그룹은 전기차 분야에서 배터리부터 모터, 내부 시스템까지 수직계열화가 된 만큼 급성장하는 관련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 확보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에 따른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박차를 가한다. LG전자는 에임퓨처·코드42·에이아이 등 인공지능(AI) 분야와 로보스타, 티랩스, 바사노바 로보틱스, 아크릴 등 로봇 분야 투자를 늘리며 관련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휴대폰 사업 철수로 R&D, 생산 시설 효율화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MC사업부문은 미국, 중국, 베트남, 브라질 등에 R&D·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주력 생산기지이던 베트남 하이퐁 인프라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나 전장 부품 생산으로 전환될 공산이 높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생산과 R&D 인프라 활용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향후 상황을 고려해 다른 분야와의 시너지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