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의(意義)와 의미(意味).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해 보인다. 어느 한자 사전에 따르면 의의는 '의미, 뜻, 가치, 중요한 정도'를 뜻한다. 의미의 첫 뜻은 '말이나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이나 그 의도, 동기, 이유'이다. 이와 함께 '행위나 사물의 중요성이나 효력'이란 뜻도 있다. 실상 우리는 이 두 단어를 다른 느낌으로 사용하지만 정작 사전만 보면 구분하기 어려운 셈이다.
뭔가 흔하고 많을 때 우리는 '봇물 터지듯'이란 표현을 한다. 혁신 관련 조언도 예외가 아니다. 듣고 볼 만한 자료가 넘쳐난다. 이런 가운데에도 원류를 찾다 보면 만나게 되는 글이 있다. 그 가운데 지금 작고한 어느 노학자의 기고문 하나가 있다. 이 글에 여러 사례가 있지만 그 가운데 백미는 제너럴모터스(GM) 얘기다.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성공한 어느 기업처럼 GM에도 '성공원칙'이 있었다. 70년을 한결같이 이끈 원칙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사업부마다 소득에 맞춘 세분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장 아래에 시보레가 있다면 그 위로 올즈모빌, 그 위 세그먼트는 뷰익, 가장 위에는 캐딜락 등 식이었다. 모델 변경은 최소화했다. 안정된 중고차 가격은 고객이 다음 번에 더 비싼 브랜드로 옮겨 가도록 하는 지렛대가 됐다. 이 전략은 간단히 '모든 이의 지갑 사정에 맞춘'(a car for every purse)으로 불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라이프스타일 소비'란 게 생겼다. 지갑도 중요하지만 다른 취향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 거기다 일본 기업들은 린 생산을 도입, 작은 판매량으로도 수지를 맞출 수 있게 됐다. GM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사업부마다 잘 알고 있던 성공원칙 전략을 적용하게 했다. 그러나 결론은 '심혈을 기울였지만 실패했다'였다. 그리고 그 사이 미니밴과 경트럭 시장의 진화를 놓친다.
어떤 사람은 '왜 이렇게 실패할까'란 질문에 성공원칙은 뭐냐고 되묻는다. 첫째는 경영환경, 미션, 핵심역량과 전략의 정합성이다. 그렇지 않다면 성공전략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둘째는 시장-미션-역량은 서로 정합되느냐다. 그렇지 않다면 성공원칙은 잘 작동하기 어렵다. 셋째는 이 원칙이 조직과 구성원에 착근이 잘돼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로 이런 정합성이 잘 유지되고 있냐고 묻는다.
그리고 실패를 방지할 몇 가지 조언도 남겼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큼은 기억해 둘 만한 가치가 있다. 첫째는 3년마다 모든 제품, 모든 서비스, 모든 전략을 검토하라고 말한다. 실패했다면 왜인지, 단지 잘못 수행한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 너머를 보라는 조언이다. 특히 비소비자들을 눈여겨보라고 한다. 자신의 고객을 잘 아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작 컵 안의 물이 비어 간다면 새 소비자와 고객을 불러들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 환경이 바뀔 때 목표를 달성할 방법은 '다시 생각하기'라고 말한다. 실상 한두 명의 슈퍼맨에 의존하지 말고 분석적으로 진단하라고 한다. 실패는 실수로 취급하지 말라고 한다. 그 대신 그것이 '시스템 실패'의 전조는 아닌지 꼭 따지라 한다. 성공은 마냥 기뻐하지 말라고 한다. 기대하지 못한 성공 역시 내 시스템과 공식의 오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닌지 진단하라고 한다.
실상 이 조언은 아무나가 아니라 피터 드러커 교수의 조언이다. 오래됐지만 시간의 변화에도 녹슬지 않을 노대가의 조언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