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세계 주요 기업과 정부의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이 빠르게 진행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디지털 뉴딜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클라우드 전면 전환 등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기업과 정부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속속 도입한다. 신기술 도입은 단일 솔루션 구매·구축 방식에서 오픈소스 도입·확대로 바뀌는 분위기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구현하는 오픈소스가 대중화되고 안정성 등이 입증되면서 오픈소스 도입 열기가 뜨겁다.
◇디지털 전환 대세는 오픈소스
과거 오픈소스의 대명사는 운용체계(OS) '리눅스'였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가능한 리눅스 덕분에 오픈소스 관심이 점차 확대됐고 리눅스를 활용한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리눅스를 시작으로 등장한 오픈소스는 최근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다양한 기술 영역에서 활발히 성장 중이다. 특히 이들 신기술을 적용하는 기업과 공공이 늘어나면서 관련 오픈소스 도입이 큰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한국IDG가 국내 정보기술(IT) 전문가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5% 기업이 오픈소스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이 가운데 대기업 46%는 오픈소스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10여년 전부터 오픈소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대기업은 단순 일회성 도입 개념에서 벗어나 점차 확대 도입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인 클라우드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오픈소스를 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난다. 클라우드는 OS부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까지 도입 가능한 오픈소스가 다양하다.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기업은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SW) 대신 오픈소스 도입을 타진한다. 오픈소스 안정성이 인정받으면서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난해 오픈소스를 도입한 국내 600여개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2∼3년 내 오픈소스가 많이 활용될 분야로 응답자 64%(복수응답)가 클라우드를 꼽았다. 빅데이터(52.3%), 사물인터넷(IoT·50.5%) 등 디지털 전환 관련 기술도 오픈소스가 많이 활용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는 이미 오픈소스 바람
해외에서는 이미 오픈소스가 큰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DBMS도 오라클 등 기존 제품이 아니라 오픈소스를 내려받거나 오픈소스 전문 업체를 통해 서비스받는다. 글로벌 DB 시장 조사 사이트 DB엔진스에 따르면 지난달 DBMS 언급이 가장 많았던 제품이 오라클이었고 그 다음이 오픈소스인 마이SQL로 나타났다. 언급량 5위권 내 오라클(1위)과 마이크로소프트(3위)를 제외하고 마이SQL(2위), 포스트그레SQL(4위), 몽고DB(5위) 등 오픈소스 DB가 이름을 올렸다.
오픈소스가 떠오르자 상용 SW 대표 기업인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움직였다.
IBM은 2019년 오픈소스 대표 기업인 레드햇을 인수하며 업계를 놀라게했다. IBM 역대 최대 인수 가운데 하나로 인수금액만 340억달러에 이른다. IBM이 39조원을 투입하며 레드햇을 인수한 것은 오픈소스와 클라우드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IBM은 레드햇 주식 가치보다 60% 높게 평가하면서 레드햇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
IBM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를 75억 달러에 인수했다. 상용SW 업계 대표 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 대열에 합류하자 오픈소스 미래 가치는 더 높아졌다.
IBM과 MS뿐 아니라 이미 미국내 주요 IT기업은 오픈소스 도입뿐 아니라 활용, 개발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깃허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가운데 대다수에 구글, 인텔, 페이스북 등이 참여했다.
◇한국 시장도 오픈소스 전환 드라이브
우리나라도 오픈소스 도입이 점차 활발해진다. NIPA에 따르면(2020년 기준) 국내 기업의 오픈소스 활용률은 58.8%다. 2018년 48.5%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늘었다.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은 오픈소스 활용률이 69.8%에 이르는 등 중견·대기업의 오픈소스 활용률이 높다.
오픈소스 일부 도입 분위기에서 전체 확산 분위기로 바뀐다. 카카오는 지난해 오라클 DBMS를 전량 마이SQL, 몽고DB, 포스트그레SQL 등 다양한 오픈소스로 이관했다. 카페, 메일 등 다음 핵심 서비스를 오픈소스로 이관하는 등 안정적 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현대자동차도 기존 오라클 DB 대신 티베로와 오픈소스를 확대 도입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뱅크 등 안정성이 중요한 금융권에서도 오픈소스를 도입한다.
국내도 클라우드와 AI 등 신기술 도입으로 오픈소스 관심이 커졌다. 클라우드 분야에서 최근 많이 활용되는 쿠버네티스, 도커 등은 대표적 오픈소스로 기업 클라우드 전환에 필수 요소다. 텐서플로우(구글 공개) 등 AI 핵심 기술은 국내서도 많이 도입, 활용해 새로운 AI 서비스 개발에 이용된다.
공공부문도 디지털 전환 기조와 맞물려 오픈소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어서 오픈소스 도입 분야가 많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 행정기관 PC에 오픈소스 OS를 단계적으로 도입·확산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사이버지식정보방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개선 사업에 오픈소스 OS를 도입하는 등 OS·DBMS 등 다양한 분야 오픈소스 도입이 확대된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