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여자친구 헤어질 때 하나 잘못했다고 헤어지나요? 쌓이고 쌓인게 곪아 터져서 헤어지는거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일명 '스까요정'으로 스타급(?) 정치인 반열에 올라섰던 김경진 전 국회의원은 여전히 유쾌한 모습이었다. 그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변호사이자 정치평론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의원이 아닌 정치평론을 시작한 뒤 “얼굴은 알아보지만 아는 척 하는 사람은 줄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김 전 의원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참패에 대해 “터질 것이 터졌다”고 분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민주당 초선들의 자기반성을 비판하는 강성 지지자들과 이를 옹호하는 중진 모습에 대해선 “계속 이러다간 폐족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야권에서 영입할 만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재보궐 선거 패배에 대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등 부동산 정책 하나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 원인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윤미향 민주당 의원 논란 등을 꼽았다. 이른바 '내로남불'이다. 김 전 의원은 “자기 편을 지키겠다는 태도가 눈에 띄게 보였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는 검찰개혁을 꼽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 갈등과 감사원 월성원전 감사 등에 대한 여당 공세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 전 의원은 “공정한 사법·감사집행 앞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낸 박근혜 정부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와중에 임대차 3법이 결정적으로 민심을 돌아서게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의원은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불안하게 만들어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된 꼴”이라고 평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자기반성, 이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공격과 중진 의원들의 감싸기에 대해선 “계속해서 콘크리트 지지층만 믿고 가다간 폐족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선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전 의원은 “당 밖에 있는 중도층, 일반 국민이 볼 때 여당 내 강성 지지층의 일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층에게 끌려다니다간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중도층은 물론 진보층 20~30%도 떨어져나간 것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의원은 여전히 현실 정치에 발을 담고 있다. 현재 어느 정당에도 속해 있진 않지만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다시 정치를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사회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부각된 공정을 실현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이를 도와 정권을 창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