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함께 싸울 한 사람을 고르라면 바로 해나 로버츠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서 포로 학살로 유죄 혐의를 받아온 미군 숀 에머리가 재판에서 무혐의를 입증 받은 뒤 가족과 지인 앞에서 밝힌 심경이다.
해나는 6개월 간 구금돼 있던 숀을 무죄 방면해준 변호사다. 숀은 해나와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진 다음 몇 시간 뒤 갑작스레 경찰에 체포 당한다. 영국 BBC 6부작 드라마 '더 캡처' 이야기다.
드라마는 CCTV를 통해 길거리 곳곳에서 발생할 사건사고를 감지하는 경찰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숀과 해나가 작별하는 버스정류장을 비추던 CCTV 영상이 갑자기 흔들린 직후 화면을 응시하던 경찰은 내부에 긴급하게 폭행사건이 발생했음을 알린다.
CCTV에서 캡처한 사진으로 얼굴 인식을 한 결과, 숀이 용의자로 특정되고 집에서 잠을 청하려던 숀은 폭행 및 납치 혐의로 긴급 체포된다.
경찰서 강력범죄팀에 잡혀온 숀은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강력하게 반발한다. 경찰이 보여준 영상에서 본인과 해나를 본 직후 그는 충격을 금치 못한다. 분명히 버스에 탔던 해나를 본인이 못가게 붙잡고 폭행한 뒤 끌고가는 장면을 보게 됐다.
“이건 거짓이야. 아니야. 그럴리가 없다.”며 난동을 부리던 숀은 해나와 작별하기 전을 회상한다. 해나는 전화할게라는 말을 남긴 뒤 버스에 올랐다.
드라마는 숀의 기억상실 또는 CCTV 영상 조작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를 풀어낸다. 숀이 해나를 해친 뒤 기억을 잃었거나 딥페이크 기술 등을 활용한 영상 조작 가능성을 시사한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기반 사람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영화 컴퓨터그래픽(CG)처럼 합성한 영상편집물을 총칭한다. 과거 인물 사진이나 영상을 조악하게 합성해 게시하던 것에서 AI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보다 정교한 합성이 가능해졌다.
합성하려는 인물 얼굴이 주로 나오는 고화질 동영상을 통해 딥러닝, 대상이 되는 동영상을 프레임단위로 합성시키는 방식이 주료 사용된다. 병렬연산장치 성능에 따라 속도와 품질이 결정되며 정교한 딥페이크의 경우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실제 일상생활에서도 영상 화질이나 처리되는 데이터 품질에 따라 딥페이크 영상과 원본영상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는 추세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은 온라인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이 방대해 영상 합성이 용이하다. 각종 범죄 등에 활용될 위험이 있다.
숀과 해나 사이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본인이 저지른 행동을 까맣게 잊은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음모로 딥페이크 기술에 또다시 억울한 체포를 당한 것일까.
'더 캡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