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모바일 앱 지고, O2O·AI·빅데이터 뜨고...알파고 이후 창업 생태계 확 변했다

[이슈분석]모바일 앱 지고, O2O·AI·빅데이터 뜨고...알파고 이후 창업 생태계 확 변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일반 소프트웨어(SW) 분야 창업은 크게 줄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창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유경제 활성화와 비대면 경제 가속화로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플랫폼 분야 스타트업이 크게 증가했다. AI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국내 창업생태계에도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중심으로 변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창업기업 2만70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창업 생태계 내부 변화' 분석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비스·상품중개 분야 스타트업 창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년간 정부의 창업지원을 받은 창업기업 3만7000개사 가운데 2만7000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22개 기발기술과 20개 응용품목을 조합해 분석한 340개 사업화 모델이 분석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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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대세는 O2O, AI, 빅데이터...2017년부터 창업 생태계 대전환

중기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서비스플랫폼-서비스중개(8.4%) △서비스플랫폼-상품중개(1.7%) △인공지능-전문서비스(1.7%) △가상융합현실(XR)·콘텐츠-엔터테인먼트(1.3%) 등 4차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창업 사업화모델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신규 창업의 대세는 단연 O2O다. 2009~2010년 전체 창업에서 0.9%에 불과했던 서비스중개 분야 서비스플랫폼은 2017~2020년 기간 동안 8.4%로 증가해 3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상품중개 분야 역시 같은 기간 43위(0.3%)에서 10위(1.7%)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들어서 O2O 분야 스타트업 비중은 12.5%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모바일 쇼핑의 급격한 성장, 공유경제 활성화 등이 최근 O2O 창업의 주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AI·빅데이터 기반 창업도 최근 3년여간 눈에 띄게 늘었다. 전문 AI·빅데이터 서비스를 공급하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유관 분야와 결합한 스타트업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스마트폰 등장으로 큰 폭으로 늘었던 모바일 앱 분야 창업 다수가 AI와 빅데이터 창업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3~2016년 동안 1.6% 불과했던 AI·빅데이터 스타트업은 2017~2020년 8.8%로 늘었다. 반면 일반 SW분야와 모바일앱 스타트업은 같은 기간 27.6%에서 16.5%로 줄었다.

응용 분야도 확산 추세다. 2010년까지만해도 전문서비스 영역에 집중됐던 AI분야가 2011년에는 엔터테인먼트, 2013년에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로 결합하며 시작했다. 실제 최근 들어서는 뷰노처럼 딥러닝에 기반해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2016년 이른바 알파고 쇼크 이후 4차 산업혁명 개념이 대두했고, 2017년부터 AI, 빅데이터 기반 스타트업이 본격 출현한 결과로 풀이된다”면서 “2017년 안팎으로 국내 창업생태계도 큰 변화를 맞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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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확산기 맞은 XR, IoT, 핀테크

O2O와 AI·빅데이터가 이미 창업 대세로 자리잡았다면 XR, 사물인터넷(IoT), 핀테크는 새롭게 2017년 이후 다시 부상하는 창업 모델이다.

현실에 가상정보를 덧입히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가상현실(VR) 창업은 2010~2012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창업의 1%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3~2016년 0.6%까지 하락한 이후 2017~2020년 기간 1.3%로 다시 증가했다.

2017년 무렵부터 가상융합기술이 확장현실(XR)로 확산되고 5세대(5G) 이동통신과 결합하면서 주요 사업모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기부의 분석이다. 다만 이미 다양한 응용 분야와 결합하는 여타 분야와는 달리 제조·의료·유통 등 확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실제 XR창업의 45%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됐다. 교육, 전문서비스 등 나머지 응용 품목과의 결합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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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는 홈라이프와 전문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창업이 계속 늘고 있다. 2014년부터 창업이 늘기 시작해 2017~2020년에는 전체 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로 증가했다.

핀테크 분야는 일반 소프트웨어(SW) 영역을 넘어 2017년 안팎으로 AI, 블록체인과 결합하는 추세다. 2016년 이전까지는 모바일앱 기반 핀테크 기업이 30%를 차지했다. 2017년 이후에는 모바일앱 기반 핀테크 기업은 12%로 줄었고 인공지능 기반 스타트업과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각각 13%, 11%로 증가했다. 전체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AI·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이전 0.01%에서 2017년 이후 0.4%까지 증가했다.

◇꾸준한 주력 분야...홈라이프, 소부장, 바이오·헬스케어

생활가전으로 대표되는 일반소비재와 소재·부품·장비 중심의 중간재는 10여년 전도 지금도 여전히 한국 스타트업의 주력 분야다. 전체 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전체 순위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홈라이프 분야 일반소비재 창업은 2009~2012년 14.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후 지속 감소해 2017~2020년 현재는 9.6%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순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패션·뷰티, 식품·음료 분야 창업 역시 각각 4위, 6위로 상위권이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창업도 꾸준하다. 전체 비중이 2009~2010년 12.6%에서 2017~2020년 8.5%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스타트업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다만 모빌리티 분야 소부장 스타트업은 2013년 들어 약세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정체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대표되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역시 지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7~2020년 기간 동안 전체 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전체 창업의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큰 등락 없이 10여년간 상위권을 유지하는 분야다.

문화·공연·미디어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 역시 2017~2020년 기간 전체 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로 높다. 2009~2010년 10위에서 2017~2020년 7위로 올라섰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간 기술 창업기업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업종만으로 분류할 수 밖에 없어 창업생태계의 변화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2017년 4차 산업혁명이 대두하면서 융합 창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신기술이 부각되는 것을 확인한 만큼 창업 생태계 변화에 맞춰 창업 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