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창업 생태계가 대변혁을 맞았다. 지난 2000년대 초 벤처 붐 이후 20년 만에 찾아온 '제2 벤처 붐'이 양적·질적으로 동반 성장하면서다. 스타트업 창업이 2배 이상 늘었고, 신규 벤처 투자가 4조원을 돌파하며 외형이 대폭 성장했다. 20년 동안 유니콘 기업이 6배 이상 증가하면서 창업 인식도 크게 개선됐다. 정부는 '제2 벤처 붐' 도래가 피부로 느껴질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 정비에 나선다.
26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의 '한국 창업 생태계의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우리 창업 생태계가 20년 동안 대폭 성장해 2000년대 초반의 제1 벤처 붐을 넘는 제2 벤처 붐이 도래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30여년 동안 창업 생태계 변화 과정을 처음으로 종합 분석했다.
우선 신설법인이 2000년 6만1000개에서 2020년 12만3000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18년에 10만개를 처음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12만개를 넘어섰다. 최근 4년 동안 기술 기반 창업이 20.1% 증가(2016년 19만1000개→2020년 22만9000개)한 점도 눈에 띈다. 벤처 투자 규모도 두 배 이상 커졌다. 2000년대 1조9705억원에서 이후 정체됐다가 2016년 이후 급등, 매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9년 처음 4조원을 넘은 뒤 지난해 4조3045억원을 기록했다.
질적 성장도 두드러졌다.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 기업은 2016년 2개에서 2020년 13개로 6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청년 글로벌 리더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은 2016년에 처음으로 5개가 뽑힌 이후 매년 10~20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배달의민족 인수합병(M&A) 등 성공 사례가 연달아 나오면서 창업가의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공 창업가에 대한 인식이 2016년 60.2점(세계 46위)에서 2019년 86.0점(7위)로 크게 개선됐다. 서울은 창업하기 좋은 세계 도시의 한 곳으로 뽑혔다.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의 2020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 서울이 270개 도시 가운데 20위에 최초 진입했다.
중기부는 1997년 벤처기업법을 제정해 제1 벤처 붐 기반을 마련한 것처럼 제2 벤처 붐의 지속적인 확산에 필요한 법·제도를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비상장 벤처 복수의결권 허용, 투자조건부 융자 등 내용이 담긴 '벤처특별법 및 벤처투자법 개정안'의 올해 안 통과에 집중한다. 오는 5월에는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선보인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활성화 대책도 올 상반기 안에 발표한다. 권 장관은 “벤처 붐은 창업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창업이 없으면 벤처기업과 유니콘 기업도 없다”면서 “창업 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제2 벤처 붐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