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1개월 전인 2019년 3월 정부는 SK텔레콤의 5G 요금제에 대해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며 인가 신청을 최초로 반려했다.
이를 통해 5G 요금제의 하위 구간은 보완됐지만 여전히 9GB 제공 구간 다음이 200GB 제공 구간으로 한정되는 등 이용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됐다.
이후 이통 3사의 5G 특화(청소년·어르신) 요금제와 알뜰폰 5G 요금제도 출시되긴 했지만 5G 상용화 후 1년 반이 지난 2020년 10월에야 KT가 5G 최초로 4만원대 최저가 요금 구간(5GB 제공)과 6만원대 중간 요금 구간(110GB 제공)을 출시, 5G 요금제가 롱텀에벌루션(LTE) 유사 구간과 비교해 유리해졌다. 이어 이통 3사의 5G 중·저가 요금제도 속속 출시됐다.
한편 2020년 12월 정부는 약 30년 만에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며 요금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림으로써 이통 3사의 좀 저렴한 5G 온라인 요금제도 잇달아 출시됐다. 최근에는 5G 도매제공 의무화 등을 통해 이통 3사의 5G 요금제에서 찾아볼 수 없던 3GB, 7GB, 30GB 제공 구간 등 틈새 구간에 저렴한 알뜰폰 5G 요금제가 다양하게 출시됐다. 이용자 선택권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일련의 5G 요금제 변화를 보면 초기에는 LTE 요금제에 대한 대안적 요금제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이용자 입장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았지만 점차 속이 채워져 가는 과정으로 관찰된다.
이외에도 25% 요금할인 가입자도 계속 증가해 2700만명을 상회한다고 하며,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알뜰폰 가입자 증가로 1000만명 가입자 고지도 머지않았다고 한다. 이동통신 가입자 중 자급제폰 이용률도 10% 이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25% 요금할인, 알뜰폰, 자급제폰 가입자의 지속 증가는 기존 3G·LTE뿐만 아니라 5G 시대에서의 통신비를 낮추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는 어떠한가. 갤럭시S21, 아이폰12 등 유수의 5G 단말이 출시되고 있지만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1위는 출고가가 30만원대인 LTE 단말, 갤럭시A31이 차지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5G 시대에도 LTE 단말은 여전히 출시되며, 이용자 선택권과 다양성을 확충하고 대다수 우리 손에 있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12만원으로, 2019년(12만3000원) 대비 감소했다. 한편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15년 기준(100)으로 산정되는 가운데 2020년 통신비 소비자물가지수는 95.22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처럼 5G 상용화 이후에도 우리 가계의 통신비 부담은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까지 논의를 종합하면 말(馬)은 계속해서 달려온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단체 등 이용자 입장은 다르다. 여전히 부족하고 미흡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정부와 통신사는 현재 상황에서 결코 만족해선 안 된다. 통신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국민들이 세계 최고 품질의 통신서비스를 부담 없이 이용하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통신 이용 환경 조성에 의의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이용자, 즉 국민의 목소리에 한층 더 귀 기울여서 각고의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자세를 기대한다.
강병민 경희대 경영대 교수 bmka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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