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시작된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SW·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물론 제조, 물류·유통,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판교 대란'으로까지 불린 개발자 대규모 연쇄 이동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 불일치 때문이다. 스마트 제조, 미래차, 디지털 헬스케어 등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 전환이 진전될수록 개발자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인공지능(AI) 분야 인력 수급에 관심을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AI는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약 4만명의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 한다. SW와의 연관이 적은 산업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인력 수요는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2020년 기준 국내 10인 이상 기업체 22만개 가운데 2.5% 수준인 약 5000개 기업이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사회학자 에버렛 로저스가 제시한 '혁신 확산 이론'을 적용하면 국내 전체 기업의 50%가 AI를 도입하는 성장 시점에서 필요한 AI 인력은 사업장 수, 사업장별 소요 인력 등 산술적 계산으로 최소 수십만 명에서 최대 100만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대규모 인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산업 중심으로 산업 도메인별 전문적 지식과 AI 역량을 보유한 AI 산업전문인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각 산업에서 AI 개발을 주도할 AI 전문 개발자 육성이 필요하다. 2019년 기준 SW 인력은 약 54만명으로 추산되며, SW나 수학에 기본적인 지식을 보유한 인력 가운데 상당수에게 AI를 무장시킨다면 인력수급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019년 서울 마포를 시작으로 2020년 전국 4대 권역에 'ICT이노베이션스퀘어'를 구축했다.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등 각 지역의 주력 산업과 연계된 커리큘럼을 마련해 AI 개발자를 육성하고 있다. 산업분야별 혁신을 주도할 AI 인력 수급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지역특화산업 육성이 시급한 지역에 거점을 추가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각 산업계의 중간관리자급 인력이 AI를 융합해서 산업 혁신을 리딩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 AI 역량을 갖춘다면 공정·프로세스·신서비스 개발에 혁신 포인트를 잘 정의할 수 있고, 이를 적용하는 전체 프로세스 리딩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반도체, 제조, 물류·유통 등 6대 전략산업 분야 대상으로 추진한 '산업전문인력 AI역량강화' 사업을 올해는 에너지·금융·스마트시티 등 6개 분야를 추가해서 12대 분야로 확대했다. 이와 같은 인적자원은 우리나라 전략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리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민간 차원에서도 AI 인력을 적극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지원 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최근 SW·ICT 대기업들은 자체 AI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등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인력 양성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SW 전문 교육기관과 AI 인력 수요기업을 연계하는 'AI 교육 바우처'와 같은 사업도 AI 산업전문인력 양성에 좋은 방법론이 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전 산업에 걸쳐 가속되고 있고,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디지털 전환 속도에 맞춰서 AI 산업전문인력을 적시에 양성하고 공급하는 것에 국가와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AI 인력 수요 예측 및 육성 체계를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인력양성 지원방안 추진이 필요하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cykim@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