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기술이 경영 전략의 핵심 요소로 크게 부각하면서 기술과 ESG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시장 흐름은 기술 변화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에 큰 틀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기술을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기술을 통한 ESG 추진은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 성장과 혁신 동력을 확보하면서 환경적·사회적 책임과 바람직한 거버넌스 확립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이다. 또 ESG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술적 관점을 간과하거나 기술적 뒷받침이 없는 ESG 활동은 그 해결 방안을 찾는 데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실체적 내용도 취약할 것이다. 기술 기반의 ESG 향상 방안을 찾는 데 창의적 시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E. H. Carr)의 표현을 차용하면 앞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은 신기술의 강력한 파워와 ESG 요소들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에서 창출될 것이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모든 물류 배송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함으로써 ESG의 한 축인 환경 이슈에 기술을 선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ESG 전략에 전기차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성 문제나 시장에서 가치·기대 격차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하다. ESG는 비즈니스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이고, 이는 기술의 적절한 활용이 필수다. 기술의 뒷받침이 없을 경우 예기치 않게 공급망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며, 기존 시스템 중단은 법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기술 발달은 ESG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범위를 계속 확장시켰다. 디지털 혁명으로 ESG 활동의 폭넓은 모니터링과 정치한 정량적 지표 설정이 가능하게 됐다.
적극적인 기술 적용으로 미래의 바람직한 조직·기업·사회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먼저 ESG의 첫 번째 축인 환경과 관련된 기술들을 보자.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에너지 절약 기술, 탄소 포집·저장 등 탄소 저감 기술, 신재생 에너지 보급·확산 기술, 경량화 등 신소재 기술, 청정 생산 기반 기술, 스마트그리드 기술, 친환경 농식품 생산·공급 기술, 에너지경영시스템 지원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자연 자체의 순환적 생태계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얻어 환경 이슈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는 청색 기술도 ESG를 크게 뒷받침하는 기술이다.
기존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부품·소재 재질을 단순·단일화하고 청정생산시스템과도 연계하는 유니 소재화 기술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환경 이슈를 통해 세계 경제를 재편하려는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전략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두 번째 축인 사회 관련 기술들을 생각해 보자. 스테이크 홀더들의 생활 편의를 향상시키는 국민 편익 기술, 장애인·고령층을 위한 따뜻한 기술, 저개발 국가의 기본적인 생활 수요 충족을 위한 적정 기술 등은 ESG의 한 축인 사회적 책임 실현 면에서 그 기여도가 계속 커질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적정 기술은 빈민국 식수 문제나 전력 문제 해결 등에 크게 기여했다. 이 기술은 Q드럼이나 세이브라이프 타이어 등 형태로 개발도상국 ESG 지원 활동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 단순한 자선적 활동보다는 적정 기술을 익히도록 함으로써 자력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걱정 없는 안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안전·재난·재해·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더불어 사는 어울림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체·사회통합 등과 관련된 기술들은 사회 이슈 해결을 위한 핵심 기술들이다. 주민이 참여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리빙랩 형태의 기술 프로젝트들은 그 자체로 ESG 활동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축인 거버넌스 관련 기술을 살펴보자. 거버넌스 이슈는 기업 경영진을 견제·감독하는 규칙과 제도가 얼마나 잘 확립돼 있는지의 문제다. 내부적으로 경영진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고, 경영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고, 제도적으로 회계와 공시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면 거버넌스가 건전하다고 볼 수 있다.
거버넌스와 관련된 기술로 특히 빅데이터·AI 기술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거버넌스 관련 활동을 체계적이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관련 이슈들에 대한 효율적인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투명한 거버넌스 확립에 기여한다. 이미 빅데이터·AI 기술이 경영진 리스크 탐지, 기업 평판, 경영진의 사회와 지역에 대한 관심, 탈세 방지, 유해 사례 실시간 파악 및 방지 서비스 제공 등 건전한 거버넌스 확립에 기여한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계형 단국대 석좌교수 hyungle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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