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고 스마트폰의 저장 용량 걱정 없이 원하는 음악을 실시간으로 듣는다. 1인 가구는 초고속 인터넷 없이 롱텀에벌루션(LTE) 데이터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새로운 문화도 생겨났다. 4세대(4G) 이동통신 '개화기'가 바꾼 오늘날의 모습이다. 4G는 지난 2001년 '멀티미디어 시대 개막'을 기치로 출범한 이래 10년 동안 실시간 동영상, 고화질 이미지, 음원 등 킬러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마치 4G 이전의 삶은 있지 않은 일이 된 듯 착각할 정도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4G도 성숙기 이전에 분명 '도입기'가 존재했다. 전국망이 되지 않아 3G로 자동 전환되는 시기도 있었고, 데이터 GB당 요금은 현재 5G보다 높았다. 초기에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없어서 차라리 3G 무제한을 쓰는 게 낫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4G 개화기가 도래했으니 많은 사람이 새로운 통신 세대인 5G 도입기를 다시 겪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것도 일견 수긍이 된다.
그럼에도 5G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콘텐츠 등 미래 정보통신기술(ICT)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매진한 이유도 이와 같다. 도입한 지 만 2년이 넘어가는 5G가 그동안 부족하고 미완적인 모습을 일부 보였지만 도입기의 성장통은 어느 산업이나 겪기 마련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우리 5G 산업에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한국의 5G는 10년 가까이 답보 상태로 머물러 있던 무선통신 시장에 '퀀텀점프'를 가져왔다. 옴디아, 오픈시그널 등 글로벌 통신 품질 조사기관이 우리나라 전송 속도와 커버리지를 5G 상용 국가에서 가장 높게 평가했다. 2위를 차지한 국가보다 약 3배 빠른 다운로드 평균속도를 기록했다.
이통 요금은 빠르게 인하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5G가 상용화된 2019년 가계통신비는 9만4477원으로 전년(9만8614원) 대비 4.2%, 2년 전(10만5527원)보다 10.5% 각각 감소했다. 이는 5G 가입자 증가에 따라 성장하는 시장에 맞춰 이뤄진 요금경쟁에 의한 것이다. 이통사가 온라인전용요금제, 결합할인상품 등을 출시하면서 촉발된 5G 중저가 요금 시장 경쟁이 자연스럽게 가격 인하로 이어진 모양새다. 올해 초 이통사가 출시한 온라인 가입 전용 요금제는 이용자 선택권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시국 아래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도 발 빠르게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
가계통신비는 내려갔지만 이통사는 투자 규모를 늘렸다. 최근 발표된 내용을 보면 2019~2020년 2년 동안 이통 3사가 5G 설비 등에 투자(CAPEX)한 금액은 무려 16조2000억원으로 이보다 앞서 2년 동안 투자한 것에 비해 1.5배에 이르고, 5G 주파수 기지국도 애초 정부에 제출한 주파수이용계획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5G는 국내 시장에 그치지 않고 수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G 이통 단말기 시장에서의 활약은 물론 장비 부문에서도 미국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캐나다·일본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또 국내 이통사가 전례 없이 태국·홍콩·일본 등 글로벌 시장 상대의 5G 콘텐츠, 플랫폼, VR, 증강현실(AR) 앱(App) 등을 진출시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내수기업이라는 전통적 이미지를 스스로 깨고 우리나라 수출 시장에 일조하고 있다. 통신 산업 종사자의 지속적인 노력과 관계 부처의 정책적 지원이 이렇듯 대한민국을 이른바 '5G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5G 상용화 2주년을 맞았다. 이통 3사는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공표했다. 5G를 활용해 다양한 신사업을 하겠다는 이른바 '탈통신'도 선언했다. 무엇보다 모든 사업자가 하나같이 전향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더욱 반갑다. 해외에서는 지금도 한국의 5G 산업을 우수사례로 꼽는다. 다가올 5G 개화기가 그 어느 산업보다 눈부시길 기대한다.
곽정호 호서대 AI융합대학 빅데이터경영공학부 교수 jhkwak@hoseo.edu
-
박지성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