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속도 필요한 에너지 전담 차관직

[기자수첩]속도 필요한 에너지 전담 차관직

“에너지전환 정책이 더 큰 힘을 받도록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2050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말이다. 청와대는 이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산업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직 신설을 언급했다. 산업부 내에서는 그동안 정치권 위주로 몰매를 맞던 에너지정책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차관급 조직에 대한 내부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정부 조직 개편을 주문한 뒤 6개월이 지난 현재 내부 분위기는 참담하다. 정권 말에 에너지 전담 차관직 신설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부터 '차관보'급으로 격하된다는 소문까지 조직 내외부를 떠돌고 있다. 국회에는 에너지 전담 차관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묶여 있다. 지난달 26일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을 간신히 넘었지만 이번 달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여당은 정작 에너지 전담 차관직 신설에 적극적이지 않다.

에너지 전담 차관직 규모와 직제 등을 최종 결정하는 정부조직법 시행령 개정 작업은 아직 착수하지도 못했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하지 않으면서 산업부와 행정안전부는 에너지 전담 차관직 규모·직제를 협의하기 위한 소통도 소강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돼야 이후 본 논의를 할 수 있는데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에너지 전담 차관직 신설이 늦어지면 문 대통령이 선언한 '탄소중립' 정책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은 산업 전 분야에 해당하지만 그 가운데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이 담당하는 에너지 부문에서 할 일이 가장 많다. 수소경제, 분산 에너지, 배터리 산업 등 4차 산업혁명과 융합하는 에너지 신산업도 산업부 에너지 정책과 맞물린다. 힘이 실리지 못한 조직이 추진하는 정책은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에너지 전담 차관직 신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