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했다. 오는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태평양으로 방사능 오염수를 쏟아내겠다는 결정이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한 국가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은 철저히 외면한 일본 정부의 선택이었다.
이보다 앞서 필자는 동료 국회의원들과 함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안전한 처리 및 국제적 동의 절차 확립 촉구를 위한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본이 현명한 판단을 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과 우리 정부에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주문했다. 국제공조 강화도 담았다. 방사능 오염수 처리를 담당한 일본 경제산업성이 '다핵종 제거설비 등 처리수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로부터 오염수 처리 방안 최종보고서를 받고 해양 방류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는 국제기구, 인근 나라들과의 국제 공조가 절실히 필요했다.
방출이 결정되자 국제사회의 강력한 촉구는 규탄으로 전환됐다. 일본 정부는 주변 국가들의 촉구에 귀를 닫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층 주입, 공기 중 방출, 저장탱크 보관 후 방출 등 여러 방안이 있었지만 일본이 해양 방류를 택한 것은 비용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허파 '바다'와 미래세대의 생존을 저버린 비겁한 행태다.
일본은 줄곧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지칭하고 있다.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무엇을 처리했다는 것인지, 일본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알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책임감도, 방사능 오염 우려에 경각심도 없다.
오염수를 희석해서 방사능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배출하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실제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다핵종제거설비의 실효성 역시 일본의 주장이다. 더욱이 배출 장소가 '해양'이다. 바다는 생명의 보고이며, 기후변화 원인인 탄소의 98%를 저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 인류 생명의 원천인 바다라는 공공자원을 사유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걸음 뒤로 가 보자. 만약 일본 정부의 말대로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검증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분야별로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가 들어가서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를 검증·심사하고 논의하면 되지 않겠는가. 국민 안전이라는 중대한 문제라면 관련 전문가 분야는 많을수록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다.
정부에서 현재 총 9개 부처로 구성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대응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조정실이 참여하고 있다. 각 전문가가 일본 정부와 함께 검증해야 한다.
원안으로 통과된 국회 결의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IAE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를 위해 국제사회 및 주변국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일본 정부의 결정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할 것을 촉구한다.” 이 내용이 의미하는 것은 안전주권·해양주권이 있는 대한민국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IAEA가 이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기구로, 이 목적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것이다. 오염수 해양 방류는 범죄다. 이로 인해 발생할 피해는 규모와 대상을 예측할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이다. 일본이 방류 결정을 강행한다면 2년 후 바다로 방류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을 채울 것이다. 주요 국가와의 국제 공조, IAEA의 검증 시 국내 전문가 상시 참여와 함께 한일의원연맹과 같은 의회 채널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시간과 함께 국회의 시간이 인류 평화를 위해 쓰일 수 있을 때 원전 방사능 오염수로 말미암은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 ewon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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