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 넘보는 '모바일 e스포츠'…국내게임 3사, 리그 육성 잰걸음

中 문톤 개발 MPL 결승전 130만명 시청
동남아·남미 중심 신흥시장서 큰 인기
넥슨·컴투스·넷마블, 'e스포츠화' 속도

지스타2019에서 관람객들이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전자신문 DB)
지스타2019에서 관람객들이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전자신문 DB)

모바일게임이 e스포츠 분야에서도 PC게임에 비견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남미, 독립국가연합(CIS) 등 잠재력이 큰 신흥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 속에 국내 업계도 모바일게임의 e스포츠화 가능성 타진에 들어갔다.

13일 통계업체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모바일 레전드:뱅뱅'(ML:BB) 리그(MPL)가 지난해 연간 시청 인원에서 2위에 올랐으며, 130만명이 MPL 공식 리그 결승전을 시청했다. 또 다른 모바일 e스포츠 '왕자영요' 리그(APL) 결승전도 67만명을 끌어 모아 10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시청 인원을 기록한 모바일 e스포츠는 PC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으로 388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한 다른 PC게임 리그에 비하면 모바일 e스포츠 비중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019년에는 모바일 e스포츠가 상위 10위 안에 1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를 말해 준다.

MPL의 지난해 시청 시간은 1억500만시간이 넘는다. 2019년에 비해 최고동시시청자수는 114%, 시청시간은 262% 성장했다. 중국 문톤이 개발한 이 게임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리그로 자리 잡았다.

많은 팀이 한 번에 겨뤄 시청자 수가 많은 배틀로얄 장르까지 포함하면 모바일 e스포츠 성장세는 확연하다. 가레나가 서비스하는 '프리 파이어'는 프리 파이어 콘티넨탈시리즈 아시아에서 최고동시접속자수 256만명(중국 제외)을 기록했다. 인도에서는 100만명 이상이 시청했고 러시아가 모국어인 CIS, 포르투갈어가 제1 언어인 브라질에서 사상 최고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모두 기존 PC e스포츠가 좀처럼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곳이다. 시청 시간은 1억3224만시간으로 246% 상승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월드리그 동부지역 대회에서 최고동시접속자수 110만명(중국 제외)을 기록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은 중국 포함 최고 시청자수 489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50만달러 상금이 걸린 체스 챔피언십 투어의 올해 최고 시청자수 19만6000명의 25배에 이른다.

종전까지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 이후 PC게임에 기반을 두고 흥행했다. 현재는 주요 소비자가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로 전환하면서 모바일게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동남아, 중남미 등에서 PC보다 스마트폰이 더 대중화된 영향도 있다.

국내 게임사도 모바일 e스포츠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 넥슨은 다음 달부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정규리그(KRPL)를 시작한다. 오는 12월에는 아시아 지역 최강 팀을 가리는 아시아 챔피언스컵까지 개최한다. 리그의 빠른 정착을 위해 기업 대상 창단 지원 사업도 실시할 계획이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e스포츠 대회(SWC)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작 '백년전쟁'의 e스포츠화를 추진한다. 일대일 실시간 대결이 주력인 만큼 e스포츠에 최적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넷마블도 'A3'의 e스포츠화를 도모한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e스포츠 정식 종목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A3를 추가했다. 정식 종목 12개 가운데 4개가 모바일게임이다. 9월 열리는 한·중·일 e스포츠 대회에 '클래시 로얄'이 경쟁 종목으로 채택돼 국내에서도 모바일 e스포츠 열기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이 모바일 e스포츠 시장에 나서는 데 걸림돌은 중국이다. 현재 모바일 e스포츠 상위 리그는 대부분 중국 기업이 개발했거나 투자한 게임 기반으로 운영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e스포츠가 성장성 높은 제3 세계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면서 “중국 게임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가 이에 대응할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