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중점을 둔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활성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배터리 부문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대응,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양국 협력이 주요 키워드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백신 확보를 통한 코로나19 집단 면역 형성, 미국으로서는 대중국 견제와 동아시아 외교안보 안정을 위한 쿼드, 한·미·일 3국 협력 확대를 바라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한미 양국 정상 간 첫 대면으로, 정상회담 후에는 공동 기자회견도 준비됐다.
◇백신 얼마나 확보하나
한미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에 이어 백신 부문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충분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11월 집단면역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위기가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 위기로 확대된 것을 비춰봤을 때 백신 물량 확보는 정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문 대통령도 방미 전 마지막 수보회의를 주재하며 “백신 접종을 차질없이 시행하면서, 일상회복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5~6월 중 우리나라에 백신을 보내주면, 하반기 확보할 물량으로 갚는다는 '백신 스와프', 미국 제약사 백신을 국내 기업에서 생산하는 '백신 글로벌 허브'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양국 백신 기업의 협의 자리에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주된 의제 중 하나가 한미간 백신 파트너십”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문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제약회사 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이 이뤄진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백신 글로벌 허브' 일환이다. 정부는 '의미 있는 백신 분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방역과 달리 백신 수급 문제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30% 초반대로 떨어졌던 국정수행평가(대통령 지지율)가 반등할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백신 물량을 확보할 경우 지지율 상승은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둔 여당에게도 호재다. 임기말 '레임덕' 위기도 돌파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성공적인 방역을 이끌면서 지지율 위기를 반전시킨 바 있다.
◇안보 동맹 강화하나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영상으로 진행된 기후정상회의에서 얼굴을 마주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이나 한반도 외교안보 부문에 대해 얼굴을 맞대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통상 정상간 회의에서 주요 의제는 실무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뒤 정상 간에 합의하는 것이 관례임을 비춰볼 때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 정책 협력의 큰 틀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대북정책은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토대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해 양국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며 “이미 미국이 북한과 접촉했고, 또 북한에 (한미정상회담)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건은 대북제재 완화 등 북한이 요구하는 사안이다. 문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 테이블로 다시 나올 수 있도록 대북제재 완화를 비롯해 북한과의 교류협력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길로 더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조치와 실무 차원의 북미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지난 18일 '싱가포르 북미회담' 합의 내용을 계승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와 압박을 병행하는 '실용 조치(practical measures)' 방안을 언급했다. 결국 제재 완화와 비핵화 조치 우선순위 간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에선 미중 갈등과 한일관계 등 동아시아 외교안보 현안도 다뤄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하는 쿼드(Quad·4자 안보대화) 협력도 관심사다. 정부는 쿼드 가입에 대해 그동안 “국익과 지역, 글로벌 평화·협력·번영에 기여한다면 어떠한 협의체와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