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내 PC 시장이 10년 만에 최대 출하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이 확산되면서 필수 IT 도구인 노트북 수요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노트북 시장 호황에 대한 업계 기대감도 높다. 큰 폭의 성장 모멘텀을 찾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비대면 수요는 10년 만에 전성기를 되찾아줄 동력을 제공했다. 다만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늘면서 외부활동이 확대되고 글로벌 반도체 수급 문제로 원활한 부품 공급이 성장세 유지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상당수 구매가 이뤄진 상황에서 PC 시장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주목된다.
◇2012년 1분기 이후 국내 PC 최대 출하 기록
올해 1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189만대로 집계됐다. 2012년 1분기 출하량 194만대 이후 10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데스크톱은 총 64만대를 출하해 지난해 1분기(57만대)와 비교해 12.1% 늘었다. 노트북은 작년 동기 대비 43.2% 증가한 123만5000대, 워크스테이션은 62.1% 늘어난 1만5000대를 출하했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영역은 일반 가정 부문과 교육 부문이다. 가정 부문은 신학기 특수와 온라인 수업에 맞물려 작년 대비 45.9% 증가한 117만대를 출하했다. 교육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두 배 증가한 21만대를 출하했다. 이 가운데 노트북 비중은 71.2%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디지털 뉴딜 정책에 따라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직원 노후 PC를 노트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기업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한 40만대를 출하했다. 재택과 사무실 모두 업무가 가능하도록 하이브리드 근무 조성을 위한 노트북 구매 수요가 지속됐다. 공공 부문은 전년 대비 출하량이 유일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까지 이어진 윈도10 마이그레이션 수요가 줄어든 기저 효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1분기는 신학기 시즌과 맞물려 PC 시장 성수기로 불린다. 특히 올해는 전통적인 성수기 수요와 함께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비대면 수업, 홈엔터테인먼트,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 구축 등으로 PC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PC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는 코로나19 유행이 막 시작되던 시점이라 외부 활동은 물론 소비도 자제했던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가 일상화되면서 교육, 업무와 취미까지 집 안에서 이뤄져 필수 IT 도구인 PC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노트북 시장 훈풍에 2강 뚜렷…삼성 8년 만에 '신기록'
1분기 국내 PC 시장에서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이른다. 성장률도 40%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PC 시장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업체별로는 삼성·LG '2강' 체제가 변함없다. 두 업체의 1분기 노트북 출하량은 총 86만대로, 전체 70%를 차지한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양사 출하량 합계는 20만대 가량 늘었지만 외산 PC 업계 역시 큰 폭의 성장을 기록, 전체 점유율은 비슷했다.
국내 시장 1위 삼성전자는 2위 LG전자와 1만~5만대 차이를 유지해 왔다. 올해 1분기는 무려 15만대 이상 격차를 벌렸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출하한 노트북은 총 50만대로 전체 시장 40%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61.3%나 증가한 수치인데 2013년 1분기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말 출시한 갤럭시 북 이온2와 갤럭시 북 플렉스2가 기존 노트북과는 다른 색상과 개선된 소프트웨어(SW) 등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갤럭시 북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강화로 갤럭시 충성 고객층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2강 체제를 구축하던 LG전자는 1분기 총 35만대를 출하해 작년 동기 대비 13%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 30만8000여대를 판매하며 1위 삼성전자와 격차를 170여대까지 좁혔으나 올해는 15만대 이상 격차가 벌어지며 역전에 실패했다. 대표 브랜드 '그램' 시리즈로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 공략에 집중한 영향이다.
◇가성비 노트북 입소문, 외산 PC 전성기
삼성·LG 2강 체제가 이어지지만 선두권을 추격하는 외산 PC 업계 성장세도 매섭다. 다양한 라인업을 제공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하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늘어난 온라인 교육, 원격 근무 수요는 대부분 고성능 노트북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합리적 소비를 강조한 외산 노트북이 점차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 LG에 이어 국내 노트북 시장 3위를 달리는 한국레노버는 올해 1분기 작년 동기 대비 85.2% 증가한 10만대를 출하했다. 한국HP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9% 늘어난 7만2000여대를 출하했다. 에이수스도 50% 증가한 6만7000여대를 판매했다. 올해를 기업용 노트북 시장 공략 원년으로 선언한 한국델테크놀로지스는 1분기에 총 2만7000여대를 출하, 4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트리엠과 주연테크가 모두 작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2015대, 1428대를 출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산 PC 약진은 소비층 인식 변화가 주효했다. 외산 PC 업계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카드 등 다양한 조합을 통한 목적별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선택권을 꾸준히 넓혀왔다.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투자하면서 소비자 인식도 바꿨다. 자녀 온라인 교육 등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층과 게임을 즐기는 집콕족을 겨냥한 제품 출시를 강화하며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에이수스 관계자는 “가성비, 게이밍 브랜드에서 신제품이 꾸준히 나오면서 코로나19 비대면 수요를 충족시킨 게 성장 요인”이라면서 “100만원 이하부터 100만원 후반대까지 가격은 물론 인텔, AMD 등 다양한 CPU까지 선택지를 제공해 목적과 취향에 맞게 구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비대면 수요 따른 재택 근무-온라인 교육 영향
-
정용철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