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분야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대기업 참여 '부분인정제'를 도입했지만 시행 초기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행 수개월 만에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사에서 '부분인정'이던 1차 결과가 '참여인정'으로 뒤집힌 사례가 나오면서다. 자칫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재심의 요건을 강화하고 변경 시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 국방전산정보원이 추진하는 약 400억원 규모의 '국방통합재정정보체계 고도화 사업'이 최근 두 차례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사에서 대기업 참여인정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지난 3월 1차 심사에서 대기업이 해당 사업에 공공수급인(총사업비 20% 이하)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인정 판단을 내렸다. 사업 난이도 등을 고려할 때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1개월 후 2차 심사에서는 참여인정으로 결론이 뒤바뀌었다. 대기업이 참여 비중이 높은 주사업자로 참여해야만 하는 사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말 부분인정제 시행 이후 1차 심사에서 부분인정 판단이 내려진 것은 세 차례다. 이 가운데 2차 심사에서 판결이 참여인정으로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견·중소 IT서비스 업계는 1·2차 심사가 열리는 1개월여 사이에 사업 계획에 커다란 변화가 일기는 어려운 만큼 납득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반면 국방전산정보원은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방전산정보원 관계자는 “모든 IT서비스 업체가 참여해서 경쟁해야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제한을 푸는 게 옳다고 판단, 절차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번 사업이 중견기업만으로 가능한 지 여부는 업계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연합군사정보처리체계(MIMS-C) 성능개량' 사업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심의위는 지난달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사에서 해당 사업에 대기업 참여 부분인정 판단을 내렸다. 이에 방사청은 대기업 부분 참여만으로는 사업이 어렵다며 재심을 신청했다. 현재 2차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분인정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참여' 또는 '불가'로 나뉜 기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대기업이 적은 지분을 갖고 공동수급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를 꾀했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자원 통합시스템 구축' 사업이 처음으로 부분인정 판단을 받았다. 행안부는 이를 수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분인정의 경우에도 컨소시엄에 대기업 참여 여부는 중소·중견기업이 판단한다.
중견·중소 IT서비스 업계는 기획·분석·장애대응 등 대기업 일부 참여가 필요한 경우를 위해 부분인정제를 도입했지만 공공기관의 '맹목적인 대기업 바라기'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재심의 결과 번복 사례가 나온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중견 IT서비스업체 임원은 “좋은 취지로 도입한 제도(부분인정제)가 무력화되면서 대기업의 일방적 수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면서 “재심의 요건을 강화하고 결과 변경 시에는 자세한 사유를 공개해야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신청 기관은 대기업의 역할이 20%보다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재심을 요청한다”면서 “재심을 신청한다 해서 심사 결과에 불복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표〉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1차 심사에서 부분인정 판단이 내려진 사례
출처:국가법령센터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