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하자보수책임범위 명확화 가이드라인'(가칭) 마련에 착수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 반영돼 무상 하자보수 범위의 부당한 확대와 이로 인한 소프트웨어(SW) 업계 피해를 막을 것으로 기대된다.
SW산업협회는 지난달 '하자보수 명확화 연구'를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하자보수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이 목적이다.
이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운영한 '계약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SW 업계 요구를 수용, 'SW 사업에 대한 하자보수 책임범위 명확화'를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마련, 올해 상반기 '계약예규 용역계약일반조건'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행 계약예규 용역계약일반조건 제58조에 따르면 납품업체(개발사 등)는 사업 완료 후 1년 동안 무상 하자보수 책임을 진다. 하자보수는 제품 자체 결함에 대한 보수로, 1년 동안은 공급사가 무상으로 보수할 것을 명시했다.
계약서에 없는 추가 개발·구축(사용방법·환경개선을 위한 요구 사항 추가 포함), 추가 현장 방문이나 인력 투입, 추가 교육과 기술 지원 등은 사업 완료 직후부터 유상 유지관리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1년 이후 발생한 하자 복구도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사업 종료 이후 바로 유상 유지관리 계약을 맺는 공공기관은 많지 않다. 하자보수 기간 1년을 이용해 유상에 해당하는 요구 사항 변경이나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을 무상 처리한다는 것이다. 납품사는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SW산업협회가 연구와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과도한 SW 하자보수 요청사례' 설문조사에는 이와 관련한 사례가 여럿 접수됐다.
납품 이후 발주 기관 제도나 조직체계, 업무 프로세스 변화 등 환경 변화로 인한 조치임에도 무상 하자보수인 것처럼 처리해 달라는 사례가 있다. 발주처 부주의에 의한 경우 등 하자보수가 아닌데도 처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나왔다.
SW업체 관계자는 “하자보수 기간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서 새로운 담당자가 계약에 없던 사항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업계도 이를 일정 부분 들어주는 게 일반적인데 주로 중소 업체일수록 이 같은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는 하자보수 범위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 계약예규에는 하자보수의 명확한 범위가 없다. 지난 2017년 옛 미래창조과학부가 '소프트웨어 기술성 평가기준'을 개정하면서 유지·보수를 유지관리와 하자보수로 구분했지만 구체적 범위는 정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하자보수 기간에 유상 유지관리를 요구하는 관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제안요청서(RFP)에 과도한 하자보수 사항을 담아 계약을 체결하는 일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SW산업협회는 오는 5월 말까지 가이드라인을 완성할 계획이다. 기재부 계약예규에는 'SW 하자보수 범위는 ~가이드라인을 준용한다' 등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중견 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하자보수 명확화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이 사업 종료 후 1년 동안 사용할 유지관리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하자보수 외 사항은 유상 유지관리에 포함되기 때문에 구축 후 1년 동안 유지관리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