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인쇄회로기판(PCB) 사업 재편에 나선다.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던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사업을 정리하고 반도체용 기판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RFPCB 사업에서 올해 안에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6월부터 관련 설비 매각에 나설 예정이며,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줄여 연말까지 완전 정리할 방침이다. 회사는 관련 업무를 추진할 담당 조직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RFPCB는 단단한 경성(Rigid) 기판과 구부러지는 연성(Flexible) 기판이 하나로 결합된 PCB를 뜻한다. 디스플레이 모듈, 카메라 모듈, 스마트폰 등에 쓰인다.
삼성전기 RFPCB는 주로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에 적용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RFPCB가 부착돼 스마트폰에 최종 탑재되는 단계를 거친다.
삼성전기는 수익 감소에 따라 RFPCB 사업 정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 업체 간 경쟁 심화, 공급 단가 인하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9년 수익성 악화로 스마트폰 메인기판(HDI) 사업도 정리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 카메라 모듈·통신 모듈을 생산하는 '모듈', 반도체패키지기판·REPCB를 생산하는 '기판'까지 총 3개 사업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기판사업부문은 전체 회사 매출에서 약 20%(약 1조7000억원)를 차지하고, RFPCB 사업 매출은 4000억원대로 알려졌다.
HDI에 이어 RFPCB 사업 철수에 따라 삼성전기 기판 사업에는 반도체패키지기판만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패키지기판은 기술 진입 장벽이 있고,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대만 유니마이크론에서 발생한 화재로 퀄컴에서 추가 주문을 받는 등 반사이익도 챙겼다. 삼성전기는 RFPCB에서 철수하는 대신 반도체패키지기판에 회사 자원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측은 RFPCB 사업 철수 여부에 대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던 RFPCB 물량을 대신할 제조사도 이미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