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구글(유튜브), 페이스북이 유발하는 데이터 트래픽이 우리나라 전체 데이터트래픽 33.9%를 차지한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인터넷을 매개로 서비스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 등 분야에서 독과점 체제를 구축했다.
인터넷 초기에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관리·통제하는 통신사가 CP보다 비교우위였지만 2021년 현재 주도권은 초대형 CP로 넘어갔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약속이나 한 듯 글로벌 CP 서비스 품질과 인터넷 생태계 공정성 확보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이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거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글로벌 CP의 인터넷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중〉인터넷 생태계 질서는 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4분기 네트워크 트래픽 측정 결과 구글의 일 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국내 전체 트래픽 25.9%, 넷플릭스는 4.8%, 페이스북은 3.2%를 각각 기록했다. 국내 1∼2위 네이버와 카카오 트래픽 점유율은 각각 1.8%, 1.4%에 불과했다.
글로벌 CP의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 독식은 세계적 현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샌드바인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데이터 트래픽 1위는 유튜브로 20.3%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는 넷플릭스로 15.7%, 3위는 페이스북이 4.3%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시장이 주요 글로벌 CP 서비즈 중심으로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국민 생활과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넷플릭스는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전송은 전적으로 통신사 책임이라며 망 이용대가 납부를 거부한다. 통신사가 가입자로부터 요금을 받았으니 CP로부터 요금을 받는 것은 이중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CP도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 사업자다. 이용자가 지출하는 요금으로만 망을 유지하기 어렵다. 압도적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큰손'이 데이터 트래픽에 걸맞은, 보다 많은 유지비용을 부담하는 게 시장 원리에 부합한다.
실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규제기관과 정부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초대형 글로벌 CP의 서비스·공정성 책임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 최초로 전기통신사업법(넷플릭스법)을 통해 넷플릭스 등 주요 CP에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인터넷 연결 원활성과 트래픽 경로 최적화, 충분한 서버 용량 확보 등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망에 접속 이후 이용자에 대한 데이터 전송은 모두 통신사가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법은 CP의 능력 범위에서 종합적 조치를 통해 안정적 네트워크 품질을 확보할 의무를 부여했다. 이는 통신사와 정당한 망 이용대가 서비스 계약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초대형 글로벌 CP의 인터넷망 상업적 이용에 대한 대가지불을 넘어서 보편서비스 기금 분담까지도 논의되고 있다. 브랜든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상임위원은 네트워크 투자 비용의 최대 77~94%가 글로벌 CP 서비스를 위해 용량을 추가하거나 스트리밍 제공을 위해 투입된다고 분석했다.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이 보편서비스 기금을 납부해 망 투자를 분담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 상황에 비춰보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이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부담해 통신사에 투자 재원을 제공한다면 별도로 기금을 만들 필요조차 없다.
우월적 지위를 지닌 글로벌 CP 망 무임승차를 견제하고 인터넷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법원이 글로벌 CP의 망 유지·관리 대한 책임과 기여를 인정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과기정통부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사업자별 측정결과(2020년 4분기 일평균 수치)10~12월간 일평균 수치) >
2020년 글로벌 CP 세계 데이터 트래픽 비중(출처: 샌드바인)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