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소인 강원도 삼척화력발전소 건립을 위한 항만공사가 8개월 째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는 하루에 5억~6억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지만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8개월째 공사재개 결정을 못하고 있다. 특히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에너지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에너지전환지원법)'에서 발전사업 지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중단에 대한 업계 우려가 높아진다. 발전업계와 전문가는 발전소 건립이 실제 중단되면 정부를 대상으로 한 민간사업자의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에너지전환 타깃 된 삼척화력, 8개월째 공사 중단…하루 5억~6억원씩 손실
삼척화력발전소는 포스코에너지 자회사인 삼척블루파워가 건설하고 있는 석탄발전소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지정된 석탄발전소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설비계획에도 포함됐다. 삼척블루파워는 2018년 8월 삼척화력 1·2호기 공사를 시작한 바 있다. 삼척 1·2호기 모두 2024년 준공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양이원영 의원 등이 삼척화력 1·2호기가 해안침식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해 10월 침식저감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제 기능을 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할 것을 요청했고, 지난해 10월 24일 항만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8개월째 항만공사는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최근 맹방해변을 위해 1500억원을 투자해 연안정비사업을 진행할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해안 구조물 13기를 만들고, 10년 동안 맹방해변 변화도 감시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지난 4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주민 찬반토론회를 두 차례 열었고, 당시 참석한 전문가들은 1단계 침식저감시설이 규정에 맞게 시공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원주지방환경청은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급기야 양이원영 의원은 4월 15일 산업부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를 불러 검증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미 전문가가 검증한 결과를 또 검증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달 28일에도 삼척화력 발전 현장을 방문해 주민 찬반토론회를 실시하려고 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돌아가기도 했다.
사업자는 삼척화력 1·2호기 항만공사 재개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삼척화력 1·2호기에 약 2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발전소 건립이 중단되면 천문학적인 금액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 8개월째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서 하루에 5억~6억원씩 손실을 입고 있다. 공사현장에 투입되는 지역 노동자와 지역 상권도 피해를 입고 있다.
삼척블루파워 관계자는 “노동자 약 500명 정도가 공사에 투입되는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역 사회에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전환지원법 또 다른 뇌관…“대규모 소송 일수도”
정부에서 인가받은 발전사업이 지체되는 가운데 손실을 보상할 근거 법안도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여당 위주로 국회에서 '에너지전환지원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독소조항'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양이원영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발맞춰 원자력·석탄 발전 사업자 사업전환을 유도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발전사업자가 발전 사업을 변경·취소·철회하면 사업자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지원하도록 했다.
전반적 법안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이미 지정된 발전사업을 강제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10조는 사업자 반발을 부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에 제출된 에너지전환법안에 따르면 10조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한 경우, 발전사업 변경 등 협약 체결에 동의하지 않는 발전사업자에 대해 심의·의결을 거쳐 발전사업을 위한 지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공정률이 약 41%에 불과한 삼척화력발전소가 법안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발전업계와 에너지 전문가는 민간에서 대규모로 투자한 발전사업이 철회되면 민간사업자가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벌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삼척 주민과 발전소 건설·운영에 관계된 직원 생계가 걸린 사업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국회의원 권한을 넘어섰다”면서 “손해액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한 만큼 대규모 소송전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정부를 믿고 허가받고 들어온 민간사업자가 어마어마한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면 위헌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