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으로 깨어나고, 무선 스마트키로 자동차 문을 열며,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로 태그하고 올라탄다. 우리의 일상은 전파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1분 1초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전파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세기 과학자는 빛은 파동이고 파동은 '에테르'라는 형이상학적 매질에 의해 에너지를 이동시킨다는 학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임스 맥스웰은 에테르를 모형화해 전자기 매질과 빛의 매질이 같으며, 빛은 곧 전자기파임을 예언했다.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전파 개념을 착안하고 연구를 발전시키려는 노력 끝에 전파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인류는 전자기장이 형성되기만 하면 어디서나 전파를 멀리 보낼 수 있게 됐다. 20세기 말부터는 이동통신 태동으로 전파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국가 또는 세력이 향후 수십년 또는 수백년 동안 자본 이익 창출을 독과점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전파 자원은 공공재와 사유재라는 양면적 성격을 띤다. 이통 서비스 상용화 초기의 전파 자원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공재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현재 휴대폰 사용을 위한 전파 자원은 일반 기업이 국가에 할당 대가를 지불하고 사유재와 같은 성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국민의 전파 이용에 대한 권리에 더해 전파 산업의 보호·발전 관점에서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 내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은 중요한 임무다. 동시에 국가의 중요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전파는 현대의 모든 산업에 동맥과도 같이 퍼져 있고 생태계를 확장해 간다는 점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파 기술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의료 산업에서는 전파에너지를 집중 포커싱해서 암을 치료한다. 비침습 혈당검사와 심장박동 진단 등 전파를 이용한 새로운 기술의 융합은 갈수록 진화할 것이다. 국방 분야에서도 레이다와 전자기펄스(EMP) 사용이 전체 국방시스템의 큰 줄기를 이룰 것이다. 스포츠와 레저에서도 전파를 이용한 탐지, 전파 이미징 등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전파를 이용한 정보통신기술(ICT)과 다른 산업 간 융합은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편하게 보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전파 관련 산·학·연·관이 이론연구, 생산연구, 응용연구 등 전파 자원 이용과 융합 및 적용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전파 기술을 진화시켜 나가는 일은 국가적 과제가 될 것이다.
대도시에서나 농어촌, 어린이나 어른, 재난 현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등 모두가 공평하고 만족스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전파는 기업 이익을 위해 사용되기도 하지만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도 매 순간 절대 필요한 소중한 자원이다. 코로나19가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고 건강과 삶을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친족과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고, 업무와 학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보석 같은 전파 자원의 공평하고도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전파 관련 분야 산·학·연·관 종사자들의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조춘식 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한국항공대 교수 cscho@k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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