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협력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 판매가 주춤하면서 부품사들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그동안 멀티 카메라 트렌드로 성장세를 구가해 오던 카메라 부품 협력사들마저 사정이 나빠지면서 업계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전자신문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사 15개 업체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한 곳은 파트론, 인탑스, 켐트로닉스, 세코닉스 등 4개사로 나타났다. 매출 증가 기준으로는 6개사,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5개사였다.
반면 영업이익이 감소했거나 적자를 지속한 곳은 총 10개 업체였다. 매출 감소 업체는 9개사, 영업이익이 줄었거나 적자를 지속한 곳은 10개사에 달했다. 이를 종합하면 전체의 약 67%가 지난해 1분기보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협력사들에 매년 1분기는 그동안 '성수기'로 여겨졌다. 갤럭시S 시리즈와 같은 전략 스마트폰이 집중적으로 출시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수 협력사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삼성 전략폰 판매가 예전만 못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톱5 가운데 1위부터 4위를 애플 아이폰이 차지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1 울트라 5G 모델이 5위로 간신히 턱걸이했다. 이는 그나마 판매량 기준일 때의 얘기다. 매출액 기준 통계에서 갤럭시S21은 상위 톱10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이제 막 출시된 신제품이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갤럭시A 시리즈와 같은 중저가 모델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 프리미엄폰 판매 부진, 중저가 모델 비중 확대는 부품 업계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프리미엄폰 판매가 늘어야 고성능 부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중저가폰은 가격을 우선, 부품 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중저가폰 물량이 늘어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스마트폰 세계 시장은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한정된 수요에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부품 단가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협력사들의 실적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메라 부품업체 관계자는 3일 “지난해만 해도 카메라 모듈 마진율이 한 자릿수 후반이었지만 최근에는 한 자릿수 초반으로 떨어지고 있다”면서 “업체 간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멀티 카메라 트렌드에 따라 성장세를 구가하던 카메라 부품 업계도 흔들리고 있다. 해성옵틱스가 카메라 모듈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렌즈를 전문 생산해 온 코렌도 계속된 실적 악화로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계의 생존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황이 악화하면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영역 파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프리미엄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해 온 삼성전기는 올해 중저가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부터 전략거래처(삼성전자)에 보급형 카메라 모듈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올해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