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와 업데이트까지 지원하는 음란게임이 테스트를 빙자해 버젓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애플 생태계에서 불법 게임물 유통도 처음 확인됐다.
성인이 보기에도 놀랄 수위의 음란게임이 누구나 접속 가능한 웹사이트를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테스트용이라는 이유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어긋난 성 의식과 성범죄를 조장할 수 있어 규제 공백을 해결할 방법 마련이 시급하다.
대만 게임업체 A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PC·안드로이드·iOS용 게임 클라이언트를 배포하고 있다. 이 업체는 해당 게임을 '여성 침략·조련' 등을 키워드로 소개하고 있다. 배포 사이트와 게임 내 텍스트가 자동 번역이 아닌 한글화 상태여서 국내 유통 의도가 엿보인다.
사이트는 신용카드, 페이팔, 알리페이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지원한다. 성인이 아닌 이용자도 쉽게 가입할 수 있고, 결제할 수도 있다. 접근성이 좋은 덕에 페이스북, 디스코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뿐만 아니라 웹페이지에도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게임 이용법 문답을 주고받을 정도로 국내 이용자가 활성화됐다.
A사 게임은 PC·안드로이드용을 넘어 애플 iOS용으로도 구동된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더 크다. 기존 불법게임물은 APK 형태로 배포돼 PC나 안드로이드에서만 구동이 가능했다. 아이폰에서는 iOS의 폐쇄성으로 말미암아 비공인 서비스 이용이 불가했다. A사 게임은 애플의 '테스트 플라이트'를 통해 iOS 기반으로도 유통된다. 불법 음란게임 유포 경로와 실행 플랫폼이 늘어난 것이다.
테스트 플라이트는 외부 프로그램 설치를 막은 애플이 개발자 생태계를 지원하려 만든 일종의 시험 플랫폼이다.
앱당 최대 100명이 접속할 수 있고, 개발자는 최대 100개 앱을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다. 총 1만명까지 접속가능하다. 테스트 앱은 업로드 후 90일 동안 활성화된다.
테스트 플라이트는 개발자가 테스터에 초대장을 만들어서 발송하는 방식이다. A사는 자사 계정에 가입하면서 기입한 메일을 자동 등록해 서버에 입장시키는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나 이용자가 가입해서 접속할 수 있게 했다. 단 두 번의 입력만으로 설치부터 구동까지 가능하다.
테스트 플라이트를 포함한 테스트용 게임은 플랫폼 사업자의 별도 심의를 거치지 않는다. 정식 유통되거나 등급분류 심사를 받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후 모니터링 범위에서도 비켜나 있다.
불법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단속 권한이 있지만 사이트에서 배포하는 게임 내 음란 콘텐츠를 일일이 찾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막상 규제하려 해도 게임사가 해외 기업이어서 뾰족한 수가 없다.
A사는 이 같은 규제 공백 상태를 비집고 국내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별도의 안전망 없이 성범죄에 가까운 내용을 담은 콘텐츠에 노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게임물 유통 방식이 다양해져서 게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근거로 쓰일까 걱정된다”면서 “성범죄를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만큼 정부나 국회가 기술·정책적으로 유통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