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IP)가치평가'는 특허 등 산업재산권 가치를 가액 등으로 평가하는 업무를 말한다. 기업·대학·연구소·금융기관·투자기관 등이 국내외 시장에서 수행하는 IP 금융·거래·이전·사업화·현물투자 등 IP 관련 주요 사업에 수반되는 핵심 업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8년 2500여건에 불과했던 IP 가치평가 건수는 2019년 4300건, 지난해 6000건을 넘었다.
IP 금융 활성화, 특허 분쟁 증가로 IP 가치평가 수요는 지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법령에 따르면 IP 가치평가는 변리사, 기술가치평가 기관 등 IP서비스 전문기업과 감정평가사 등이 수행할 수 있다.
변리사와 기술가치평가 기관 자격은 변리사법, 발명진흥법 등에 근거한다. 변리사법은 '변리사는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해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고 그 사항에 관한 감정과 그 밖의 사무를 수행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발명진흥법은 '산업재산권 서비스업'을 '산업재산권의 경제적 가치 및 기술적 우수성을 가액, 등급 또는 점수로 평가하는 업'으로 명시했다.
감평사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평사법 개정안)'을 근거로 IP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다. 현행 감평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감평사는 '토지 등' 재산권 감정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 '저작권·산업재산권·어업권·양식업권·광업권 및 그밖의 물권에 준하는 권리'가 모두 포함된다.
감평사법 개정안은 이 같은 상황을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 개정안은 '금지행위' 조항을 개정·신설해 산업재산권에 대한 담보 설정 및 매입·매각에 대한 평가를 비롯한 IP 가치평가 업무를 '감정평가법인 등'만이 수행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국토교통부는 개정안 통과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국토부는 감평사법 개정안 검토 의견서에 “법령상 산업재산권의 경제적 가치평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감정평가기준에 따른 공식 감정평가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와 함께 '감정평가사는 산업재산권 형성을 위한 권리성 등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로 인정된 산업재산권에 대해 감정평가기법을 적용, 가치를 판단하는 업무를 하는 것으로 서로 다르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감평사 업무가 변리사 등이 수행하는 권리성, 기술성, 시장성 분석이 아니라 가액 분석에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IP진영은 국토부가 IP가치평가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IP 가액 분석에서 권리성, 기술성, 시장성 분석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IP 관계자는 “권리성 분석은 단순히 특허 등록이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데 쓰이지 않는다”며 “가액 분석에도 권리성 분석이 필요하지만 국토부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IP 관계자는 “현행 감평사법에서 감정평가법인 등이 아닌 자가 감정평가업을 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상황”이라면서 “다양한 주체가 수행하는 관행을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IP가치평가 업무를 독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문제”라고 역설했다.
한편 국토부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감평사법 개정안 검토 및 관련업계 의견 수렴결과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특허분쟁 여파 IP 가치평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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