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의 지식재산(IP) 가치평가 독점 논란을 초래한 법률 개정안이 독점조항을 제외한 수정안으로 법안심사 첫 관문을 통과했다. 변리사 등 IP 진영의 우려가 법안심사 과정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수정·가결했다.
개정안은 감정평가사 업무영역을 구체화했다. 현행 법률에서 '다른 법령에 따른 감정평가법인 등 업무'로 규정한 감평사 영역을 '자본시장법·외감법 등에 따른 기업가치평가' '토지 등 이용, 개발, 매각 등을 위한 감정평가' 등으로 상세화했다.
감평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토지 등'의 범위에 저작권·산업재산권·어업권·양식업권·광업권 및 그밖의 물권에 준하는 권리'가 모두 포함된다.
IP 진영이 문제를 제기한 일부 조항은 삭제됐다.
당초 개정안엔 28조 2항에 '감정평가법인 등이 아닌 자가 타인으로부터 의뢰받은 업무를 하면서 토지 등에 대한 감정평가가 필요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 등에 그 감정평가를 의뢰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가 “변리사, IP서비스 기업이 수행하는 감정, 가치평가 또는 지원 업무는 법적 지위가 없다”면서 “특허법에서 산업재산권의 경제적 가치 평가 기준을 정하지 않았고 변리사 자격시험에서도 가치 평가 이론이나 실무 등 전문성에 평가, 검증하지 않았다”는 검토 의견을 내놓으며 독점 논란이 확대됐다.
변리사 등 IP진영은 해당 규정이 감평사가 특허 등 지식재산의 감정평가 업무를 독점할 수 있는 제반작업에 나선 것이라며 반발했다. 최근엔 IP서비스 대표단이 국토교통위 소속 위원실을 방문,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국토위는 개정안 심사과정에서 IP진영 우려를 일부 수용했다. 28조 2항을 삭제하고 감정평가 업무 정의 관련 조항도 현행대로 되돌렸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희국 의원실 관계자는 “업무 영역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넣은 조항이 예기치 않은 논란으로 이어졌다”면서 “불필요한 논란의 확산을 피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종결될지는 미지수다. IP진영은 사실상 입법을 주도하는 국토부의 IP 감정평가 업무에 대한 입장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IP진영 관계자는 “국토부가 논란을 최소화해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방향으로 전략은 선회한 것”이라며 “금지행위 관련 조항은 삭제됐지만 특허 감정, 가치평가에 법적 지위가 없다는 국토부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정안을 우선 통과시킨 뒤 실제 권한 행사 강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짙다”고 덧붙였다.
〈감평사법 개정안 수정 내용〉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