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 위한 업계 간 연대와 협력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발전전략을 조속히 수립, 이를 뒷받침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1'에 참석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차전지 산업발전 방안'을 다음 달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이차전지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기술·가격 경쟁 및 공급망 관리 등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체질 강화를 위해 업계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이를 뒷받침할 배터리 인력 양성 및 배터리-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간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국내 소부장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화답했다.
간담회에서 문 장관은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논의한 미국 배터리 공급망(SCM) 상호 협력 방안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장관은 “이차전지 산업발전 방안을 7월 초·중순에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배터리 산업 전략에 대한 조언을 적극 구해 기업들이 활력 있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지산업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전영현 사장은 “이차전지의 미래 발전을 위해 산업부에도 도와달라고 건의했다”면서 “배터리가 국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인력 양성 등 부탁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미래 산업혁신 인재성장 지원사업' 대상에 이차전지를 처음 선정했다. 사업은 배터리 분야 석·박사급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국책 과제다. 오는 2025년까지 5년 동안 국비 100억원을 투입, 배터리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다음 달 발전 방안에 현장 인력 양성 사업이 포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터리 설계·고도 분석 인력 충원뿐만 아니라 현장 맞춤형 인력 공급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들과 현장에서 부족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배터리 원재료의 수급 다변화 의지도 드러냈다.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의 90% 이상은 중국에서 수급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는 전구체 자체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경북 포항에 전구체 2개 생산 기지를 짓고 현재 2만4000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량을 5만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스코케미칼은 전구체 생산 비중을 60%까지 늘리고, 엘앤에프 전구체 생산 능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전구체 생산력은 2400톤 수준”이라면서 “생산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K-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을 위해 4~5개 지역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합작공장을 짓고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배터리 공장 후보 지역으로는 조지아주,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텍사스주 등이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90% 이상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원통형 배터리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테슬라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회사에 등극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