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 경쟁은 지난 20년 가까이 이어진 우리나라 양대 인터넷·모바일 기업 간 경쟁의 한 갈래다. 두 기업은 200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다. 때로는 경쟁했고 때로는 상대에게 길을 제시했다.
◇혁신경쟁의 선순환 효과
카카오는 네이버 출신 김범수 의장이 2006년 창업한 이후 급성장했다. 2007년 NHN(현재 네이버)을 떠난 김범수 의장은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으며 한국 인터넷 산업 주 무대에 재등장했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전 국민이 쓰는 '국민 메신저'로 급성장했다.
카카오톡은 출시 이후 빠른 시간 안에 이용자를 확보하며 성장했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2014년 네이버에 이어 검색시장 2위를 점하고 있던 다음과 합병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그림이었지만 실제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다.
카카오는 다음 인수 이후 여러 서비스를 내놨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카카오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는 2018년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를 기점으로 이뤄졌다.
카카오는 2018년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디. 2018년 729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도 2020년 4559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회복했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 이후 집중한 '톡보드' 등 광고 플랫폼 사업이 효자 노릇을 했다.
카카오 광고사업 성장은 그동안 네이버를 제외하면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에 쏠렸던 인터넷 광고 시장 파이를 토종업체가 가져오는 효과도 냈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역시 두 회사 경쟁이 가져온 선순환 효과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와 프로젝트 꽃을 통해 중소상공인 창업 생태계를 지원했다.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해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최근에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대출까지 지원하며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카카오 역시 메이커스, 톡스토어, 톡채널을 통해 소상공인을 자사 플랫폼 안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달부터 전국 6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카카오 클래스-톡스토어 판매자 양성과정'을 진행한다.
◇다음 격전지는 콘텐츠
네이버와 카카오의 다음 경쟁 무대는 웹툰·웹소설·케이팝 등 콘텐츠다. 두 기업 모두 이들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확보에 공을 들였다. 국내는 물론 세계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웹툰은 두 회사가 가장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영역이다. 네이버는 미국을, 카카오는 일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다. 각각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올해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타파스'와 '래디쉬'를 각각 인수했다.
신경전도 치열하다. 카카오가 지난 11일 “카카오웹툰이 태국과 대만 시장 앱 마켓에서 만화 앱 부문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하자 네이버는 같은 날 '다운로드' 기준이라며 반박했다. 네이버는 보도자료를 통해 “네이버웹툰은 지난 5월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에서 사용자 수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출시 효과가 영향을 미치는 다운로드 수로는 1위 표현을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기업 발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 이례적인 상황”이라면서 “웹툰 분야에서 두 기업 간 자존심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거래플랫폼'을 만든다는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틈새시장으로 시작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케이팝에서도 경쟁한다. 두 회사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서도 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은 보유한 SM엔터 지분(18.73%)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 협상의 유력한 대상이 네이버와 카카오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바이브' '멜론'을 통해 디지털 음원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는 SM, YG, 하이브에 지분을 투자하며 우군을 확보했다. 카카오 역시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엔터사업을 확장 중이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BTS) 글로벌 흥행으로 아이돌그룹 시장에서는 국내 1위가 결국 세계 1위”라면서 “케이팝 시장을 놓고 벌이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 열기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