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혼란기를 겪고 나면 판세가 바뀐다. 전쟁이 끝나면 승자가 나오고, 영웅이 출현한다. 그동안 역사에서 반복돼 온 흐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뒤흔든 지 1년 6개월 정도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 위기 대응과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를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 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백신 접종 속도를 감안할 때 본격적으로 '코로나 이후'를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 상황은 꽤 괜찮은 모습이다. 수출은 코로나 이전을 회복한 것을 넘어 역대급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좋게 나오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호텔·백화점·면제점·여행 업계도 조금씩 회복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물론 재계와 중소기업, 개인까지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에서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했다고 자부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 위치에 안도하거나 코로나 이전으로의 복귀에 만족하고 끝날 일은 아니다. 전쟁이후 영웅이 나오듯 코로나 이후 재편될 산업 구조에서 우리가 강자로 도약하려는 전략성과 집중도를 가져 가야 한다.
지난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은 직후 정보기술(IT)로 무장한 벤처기업이 우리나라에 대거 등장했다. 이때 네이버, 다음커뮤니케이션, NC소프트 등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세계적인 IT 신경제의 부상과 국내의 강력한 신기술 벤처지원 정책이 맞물리면서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역시 우리 산업에 생채기를 냈지만 기회도 제공했다. 쿠팡, 배달의민족, 컬리 등이 급성장했다. 비대면 사회가 급진전한 가운데 새로운 산업군이 등장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메타버스까지 신기술도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경제계 대비는 크게 두 축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피해 계층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집중돼 있다. 이들이 무너지지 않고 재도약할 수 있는 대책과 지원이 우선 필요하다. 기본소득이나 재난지원금 논의가 이들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논의에도 소상공인의 의견이 대거 반영되면 좋겠다.
주력산업과 신산업에서는 공세적 전략이 더 필요하다. 코로나19 위기는 세계의 모든 국가가 함께 겪었지만 코로나 이후 산업 재편 과정에서 승자는 일부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수비가 아니라 차세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공격에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때다.
국가 주력인 반도체 산업 부문의 수급 불균형은 곧 위기이면서 기회가 된다. 미국 생산 확대와 맞물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초격차'를 둘 전략적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차세대 자동차에서도 배터리를 비롯해 자율주행·수소차까지 미래시장을 선점할 연구개발(R&D)과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고성장한 e커머스와 차세대물류 서비스도 고도화와 함께 해외 진출 모델로 영역을 적극 확대한다면 좋겠다.
코로나19로 말미암은 혼돈은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코로나 이후의 고성장 전략을 정밀하게 고도화해서 진행해야 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