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중독연구

장은영 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 선임연구원
장은영 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 선임연구원

최근 코로나19 영향에 의해 제한된 외부활동으로 음주(혼술), 게임중독이 크게 증가했고 특히 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 생활습관 변화와 함께 게임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이 더욱 심해졌다는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중독은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으로 나눌 수 있다. 물질중독은 약물중독이라고도 말하는데 주로 알코올, 담배,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마약 중독을 말하며 행위중독은 인터넷 및 스마트폰, 도박, 게임 중독 등을 말한다. 이 중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 중독은 우리나라 4대 중독으로 손꼽힌다.

이런 중독문제에 대해 2012년 중독포럼 발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4대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무려 110조원 정도며 8년이 지난 현재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약물 또는 행위중독은 인격 장애, 가정파탄, 절도, 폭행 및 살인 등 각종 범죄로 이어지면서 사회를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약물중독은 약물의 부적절한 반복 사용으로 육체적, 정신적 의존성과 반복 사용 후 금단기간에 느끼는 불안이나 불쾌감 또는 우울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약물을 취하게 되는 높은 재발률을 나타내는 만성적 뇌질환으로 정의된다.

과거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기준(인구 10만명 당 20명 내외 마약 사범자)에 부합할 정도로 마약청정국이었으나 2016년부터 마약사범 수가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2019년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합성마약, MDMA(엑스터시), YABA(필로폰과 카페인의 혼합물)나 러쉬(알킬 니트라이트) 등과 같은 신종마약류와 청소년 및 외국인 마약사범 증가로 2019년도에 국내 마약사범수가 1만6000여명으로 역대 최대였을 만큼 국내 약물중독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약물중독연구와 관련해 지난 5년간(2014~2018년) '마약류 안전관리 선진화 연구사업단'을 형성해 임시 마약류들의 마약류 지정을 위한 과학적 근거 자료마련에 기여하기 위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대조군으로 사용해 약 57종의 임시·합성 마약류들을 다양한 의존성 행동 평가, 중추신경 독성 평가 및 세포주 기반 컴퓨터 모델링(QSAR/QSPR) 등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도 해당 사업에 참여해 15여종 이상의 임시 마약류들의 정신행동 효과, 보상효과 및 강화효과(약물에 대한 갈망) 및 재발행동 등 연구를 수행했으며 총 57종 중 46종이 마약류로 지정되는데 기여했다.

현재에는 생활 속 유해인자들의 약물중독 취약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생활 속 유해인자들이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자폐증과 같은 뇌발달 질환과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의 발병원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국외보고에 의하면 ADHD를 가진 어린이들의 경우 알코올을 비롯한 약물남용으로의 발달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생활 속 유해인자 노출에 따른 약물중독으로의 민감성·취약성에 대해 청소년기와 성인기 니코틴 민감화 동물모델을 이용해 중독 행동변화들을 확인한 결과, 유아기에 유해인자에 노출된 모유를 섭취한 동물의 성인기에 니코틴에 의한 행동민감화 반응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또 일정 기간 니코틴 금단 후 니코틴을 재투여했을 경우 니코틴 단독투여군에 비해 유해인자에 노출된 실험군에서 더 높은 니코틴 행동민감화 반응을 보였다. 이를 통해 생활 속 유해인자들이 중독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향후 행동변화와 관련해 뇌신경회로 및 유전자 변화, 타깃 유전자의 기능 확인 등 생활유해인자노출의 중독행동 민감성에 대한 다양한 기전을 밝힐 계획이다.

최근에는 기존에 남용돼 오던 의존성(중독) 약물과는 달리 기본 마약류들의 유도체나 유사제제와 같은 신종마약류들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법적규제를 위해 다양한 평가법을 통한 의존성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아울러 알코올중독, 니코틴 중독 및 필로폰 등 마약중독 치료를 위한 행동약리학적, 신경화학적, 전기생리학적 및 분자세포생물학적 방법 등을 이용한 다학제 간 융·복합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독은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 야기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는 심각한 뇌질환이다. 중독이라는 뇌질환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다양한 행동학적 평가와 함께 뇌신경회로 및 기전연구 등 융·복합 연구와 치료제 개발을 통해 중독으로부터 국민 건강과 안전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은영 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 선임연구원 eunyoung.jang@kitox.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