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내 반도체 업계가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천기술 개발 '십년대계'를 추진한다. 정부가 전담하던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에 민간이 가세, 원천기술 확보와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모은다.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도 미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가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올 하반기에 '민·관 협력 반도체원천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추진한다. 사업은 국내 반도체 산업계에서 필요한 '상용화 경쟁 전 단계 기술'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R&D를 추진, 핵심 원천기술과 실무형 우수 전문인력 확보가 핵심이다. 내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10년 동안 총 사업비 3000억원(국비 1500억원, 민자 1500억원)을 투입한다. 예타 통과 여부는 내년 4월께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추진된 R&D 사업은 정부가 예산을 100% 부담하고 이를 대학·연구소와 기업에 각각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민·관 협력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은 기업이 처음부터 '생태계 조성 후원자'로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가 정부와 함께 대학·연구소에 반도체 R&D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기술 수요까지 제공한다. R&D로 개발 완료한 반도체 원천기술을 실제 상용화로 직접 연결하는 체계를 갖추기 위함이다. 기술 개발 시 기업 수요 발굴에 소요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다. 대학과 연구소는 민·관이 제공한 재원을 바탕으로 반도체에 특화한 석·박사급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육성·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EIT는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반도체 공정·장비 기술 △반도체 소재 기술 등에서 사전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제안 기술 범위는 총 9단계로 구분되는 R&D 과정 가운데 '경쟁 전 단계'(3∼5단계)인 △기본 성능 검증 △부품·시스템 성능 검증 △부품·시스템 시제품 제작이다. 성능평가에 들어가기 직전 단계에서 상용화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KEIT는 수요조사에 참여한 기관·기업들이 제안한 다양한 반도체 원천기술을 향후 5년 안에 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집중 검증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우리나라를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육성하기 위한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에는 'K-반도체 벨트' 구축을 포함, 다양한 산업 활성화 정책을 담았다. 민·관 협력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면 K-반도체 전략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KEIT 관계자는 20일 “이번 사업이 반도체 산·학·연·관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작용,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란다”면서 “이번 사업 모델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