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70>동적 지향 찾기

로터리 엔진. 이것은 가히 혁신이라 이를 만했다. 독일인 펠릭스 방켈이 개발했다. 1957년 NSU(아우디 전신)에서 첫 시제품을 완성한다. 이것은 한때 어느 자동차 기업이라도 탐내는 기술이었다. 한번 상상해 보라. 피스톤은 필요 없다. 온갖 로커암이나 캠축도 필요 없다. 피스톤이 크랭크축을 돌리는 옛 방식이 아니다. 그러니 왕복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바꿀 때 발생하는 손실도 없다. 세모뿔 모양의 로터가 타원형 엔진실을 회전했다. 비슷한 출력이면 엔진 무게는 거의 절반밖에 안 됐다. 물론 부품도 한결 적었다.

우리처럼 기업도 비슷할 때 비슷한 관심을 보인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물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몇만 성공하고 대부분 포기한다.

그리고 승자에게는 결단과 투지, 감흥과 욕망 또는 승부 근성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러나 좀 더 그럴 듯한 표현이 있다. 바로 '방향 감각'(sense of direction)이다.

기업에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치는 일화는 수없이 많다. 로터리 엔진에 얽힌 이야기도 물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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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켈 엔진에 관심이 있는 기업 가운데 마즈다자동차가 있었다. 진작부터 내연기관을 혁신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운을 걸 정도로 연구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진도는 영 신통치 않았다. 결국 포기하라는 얘기가 나온다.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개발팀장이던 야마모토 겐이치에게 결단을 물었다. 훗날 마즈다 회장이 된 야마모토는 “지금 멈춘다면 엔진 혁명이라는 우리 기업의 오랜 꿈을 접는 것이 됩니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일지 모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기록돼 있지 않다. 그러나 개발은 계속됐고, 결국 로터리엔진을 넣은 RX-7은 대성공을 거둔다. RX-7의 유달리 낮은 보닛과 날씬한 디자인은 로터리 엔진 없이는 불가능했다. 가벼워진 엔진 덕에 전후방 무게비는 더할 나위 없었다. 인기 속에 중고차가 신차 가격보다 높은 웃돈에 거래되기도 했다.

현대 경영자라면 야마모토가 사용한 운명과 도전 같은 용어를 구식이라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현을 “비전에 대한 헌신”으로 바꿔 놓고 보면 요즘 기업의 일상용어가 된다. “타협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지향”이란 표현은 어떤가. 이 모든 것이 사실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매진해 볼 만한, 마즈다의 방향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켈엔진은 성공사례로만 남지는 않았다. 한때 NSU의 자동차는 미려함을 자랑했다. 세계 최고의 오토바이 기업이기도 했다. 그 독특한 명칭도 자랑거리다. 자신이 창업한 도시의 이름에서 땄다. 네카르줄름 산(産)이란 뜻이었다. 한때 모든 기업이 방켈엔진을 원했지만 곧 관심은 시들해진다. 소비자 신뢰도 제자리걸음이었다. 1969년 폭스바겐에 합병되고 지금은 아우디의 일부가 됐다. 마즈다도 마찬가지다. 한때 시장 판도를 바꿔 놓았다. 그러나 당시의 마즈다의 약진을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 많지 않다.

어떻게 기업은 자신만의 방향 감각을 만들어 내고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늘 뭘 하고, 내일과 모레 뭔가를 한다는 계획표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런 시간표 없이도 작동하는 공동 지향성에 가깝다. 어쩌면 야마모토와 로터리엔진 이야기는 조직이 매진할 만한 분명한 지향점을 던진 그런 사례인지도 모른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