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화수소 수입액, 1000만달러 밑으로…소부장 2년 '기술자립'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액이 17년 만에 1000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불화수소는 일본이 2019년 7월 수출규제를 단행한 3대 품목 가운데 하나다. 정부와 산업계가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한 결과다.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민·관 공동의 노력으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자립의 싹을 틔웠다는 평가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액은 938만달러로 일본 수출규제 직전인 2018년 6686만달러 대비 무려 86% 감소했다. 또 2003년 738만달러 이후 17년 만에 1000만달러를 밑돌았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솔브레인이 고순도 불산액 생산량을 확대하고, SK머티리얼즈가 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양산에 성공하며 국산화에 불을 지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산을 대체하기 위해 중국, 대만, 미국 등의 비중을 늘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EUV 포토레지스트는 듀폰, 도쿄오카(TOK) 등 세계적인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의 한 업체는 파일롯 설비를 구축, 시제품을 테스트하며 국산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는 '불화폴리이미드' 제조 기술과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 일부 수요 기업은 휴대폰에 국내 대체 소재인 울트라신글라스(UTG)를 탑재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관의 신속 대응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면서 “3대 수출규제 품목 공급은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3대 품목 이외에 일본 의존도가 높은 100대 품목을 선정해 재고 확충, 수입 다변화, 국내 공급 대체, 신·증설 투자, 외국인 투자 유치, 인수합병(M&A) 등으로 공급망을 강화했다. 그동안 추진된 핵심전략품목 관련 국내외 M&A는 16건이다. 해외 M&A·투자 프로젝트 유동성 지원은 8건으로 18억달러 규모다.

정부는 지난해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하고 우리나라를 '첨단산업 세계공장'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올 상반기에 소부장 100대 핵심전략기술 분야에 특화된 으뜸기업을 선정한 데 이어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 분야 소재부터 완성품까지 가치사슬을 집적한 5개 특화단지를 구축했다. 올해 안에 미국·유럽 등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은 물론 벨기에 IMEC, 독일 프라운호퍼 IKTS 등 혁신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개발(R&D)에도 나설 계획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요 기업 중심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동시에 정부 R&D 투자가 적시에 이뤄져 소부장 기술 독립 전략이 유효했다”면서 “장기적으로 국산화에 투자, 공급망 체질을 견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