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대면 시스템의 장래

[기고]비대면 시스템의 장래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필요성이 대두했다. 지금까지 '대면'에 의해 해결한 것을 비접촉(untact)으로 해야만 된다. 인터넷, 통신선과 이에 연결된 정보통신기술(ICT) 장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원격교육, 원격근무, 원격회의, 원격의료 등이 잘 알려진 비대면 시스템이다. 같은 원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원격검침, 원격측정, 원격화재감시, 원격탐사, 원격제어 등은 의미가 다르다. 일종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간이 수행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작업을 센서·드론·로봇·폐쇄회로(CC)TV 등의 원격조정에 의해 대신 수행한다.

비대면 시스템의 공통적인 장점으로는 거리·시간·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 인간의 자기표현이 '대면'으로 할 때보다 훨씬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원격진료의 경우 환자는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 자연히 병원에 가는 시간을 절약하게 되고, 복도나 창구에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사를 하더라도 같은 병원에서 계속 진료가 가능하다. 병원 측도 의료사무에 대한 부담이 약해지고, 의사와 환자 간 대화도 편한 분위기에서 이뤄진다.

원격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시간이나 장소를 자유롭게 정해도 된다. 내성적인 학생들도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소신껏 발표할 분위기가 된다. 수강생 수도 제약을 받지 않으며, 원하는 선생이나 전문가를 선택해도 된다.

요즈음 주목을 받는 '라이브 커머스'가 있다. '대면'이 필수라고 생각해 온 의류 업계나 가구업체가 채택하기 시작한 비대면 시스템이다. 채팅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으로 고객은 매장에 가지 않고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진행자를 선택해 옷이나 가구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관광업계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고객 스스로 체크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 절약된 시간은 서비스 고급화에 할애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더욱이 요즈음 ICT에 익숙하고 소비의 중심이 되는 '밀레니얼층'이나 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대면보다 비대면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상과 같이 비대면 시스템이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첫째 원격회의나 원격교육은 현장 교육·회의에서 느끼는 현실감이 부족하다. 인터넷 환경 때문에 생기는 음성의 지연이나 불안정, 표정의 순간 포착이 어려워 상대방의 확실한 의도 또는 감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또 원격의료 시스템에서 원격수술의 경우도 심전도나 엑스레이 영상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 전송, 영상정보의 화질 안정은 필수조건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에 의한 음성감정해석, 영상인식과 같은 기술뿐만 아니라 원격저장 클라우드 기술이나 초고속 대용량 통신이 가능한 5세대(5G) 이동통신 시스템도 안정돼야 한다.

둘째 제도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면에 의한 업무를 해 오던 업종이 사업을 비대면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제도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근무의 경우 직원이 외부에서 일할 때 생기는 여러 조건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원격의료를 실용화하기 위한 의료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셋째 예산 비중이 크다. 안정된 큰 기업이나 정부 기관은 비대면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무리 없이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자생력이 약한 중소기업, 소상공인이다. 지금까지 대면에 의한 사업 모델을 비대면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부담스럽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AI, 5G와 비대면 산업 육성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 사업을 지난해 4월 발표했다. 비대면 업무 비즈니스 정립, 원격교육 환경 마련, 원격의료 시범사업 등으로 제도와 관련한 실마리도 풀어 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소기업기술정보기술정보진흥원을 통해 소상공인을 위한 비대면 시스템 개발 기술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된다면 지금까지 말한 비대면 시스템은 일과성 해결책으로 끝나게 되는가. 무의미한 사회적 지출이었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ICT가 더욱 발전하는 촉진제 구실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도 시간과 비용 절약에 힘입어 영업 기회 및 부가가치를 최대화하고 있다. 운 좋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비대면 시스템의 필요성은 계속되리라 본다. 더욱이 변이 코로나까지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인간이나 국가가 또다시 팬데믹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당분간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미 '전자정부시스템'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비대면 시스템의 세계적인 'de facto standard'(사실상의 표준)에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기식 아이티젠 회장(공학박사) don3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