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선 2년을 돌아보며 “소재·부품·장비 자립 성과를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2년간 우리나라는 일본의 3대 규제품목 대일 의존도를 10%, 100대 핵심품목 대일 의존도는 25%까지 줄였다.
문 대통령은 앞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던 것과 달리, 대권 출마를 공식화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부 비판, 특히 대일 외교통상정책 비판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날도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소·부·장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소개하며 '죽창가'라는 지적을 받았던 일본과의 맞대응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열린 '자, 이 모든 것은 소부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제목의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 성과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2019년 7월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우리 주력 산업에 활용되는 불산액, EUV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에 대한 수출을 규제했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핵심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는 등 정치와 경제를 묶어 보복하자, 우리 정부는 강경한 맞대응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소부장 자립을 추진해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은 '죽창가'를 부르며 일본에 강경한 맞대응을 독려했다.
이와 관련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정부의 강경한 대일 외교통상 정책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한일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일본 NHK 기자의 질문에 “외교는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 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 지금 한일관계가 수교 이후 가장 열악해졌으며 회복이 불가능해질 정도까지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일원이었던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도발에 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도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기류는 전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변화했다. 박 수석은 지난 1일 저녁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 개인 의견을 전제로 “윤 전 총장의 선언문을 보면 문재인 정부를 정말 너무 심하다 할 정도로 비판을 하고 있다. 전임 정부, 자신이 몸담았던 정부에 대한 비판. 그것도 본인의 한정된 시각으로 본 편향된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규제에 대응, 소부장 자립화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냈다. 오히려 핵심품목의 국내 생산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해 소부장 산업의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로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특히 “무엇보다 기쁜 것은 우리가 자신감을 갖게 됐고, 위기극복의 성공 공식을 찾았다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의 지적을 우회적으로 일축했다.
일본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외교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