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Food Tech)가 각광받고 있다. 투자가 몰리며 신산업군으로 부상 중이다.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은 2015년부터 급성장세다. 국내에서도 최근 유망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한데 이어 식품 대기업도 투자에 나섰다.
푸드테크는 식품 산업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면서 생긴 새로운 시장이다. 식품 생산부터 유통, 가공, 서비스, 배달 등 영역을 두루 일컫는다.
세부적으로는 식품 생산·가공 분야는 대체 소재·식품 개발, 식품 생산 기자재, 주방 스마트기술 영역과 배달 음식 플랫폼, 식품 디지털 콘텐츠 기술 분야인 외식·식품 유통 서비스로 나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으로 추산된다. 푸드테크와 관련한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2015년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일본 농림수산성 푸드테크연구회 보고서는 2019년 기준 전 세계의 푸드테크 투자액은 20조원 규모로 나타났다. 나라별로는 미국이 1위, 중국 2위 그리고 인도와 영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로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국내 푸드테크 시장은 배달 플랫폼과 신선식품 이커머스 등을 중심으로 한 외식·유통 서비스 분야 발전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산·가공 분야에도 투자가 몰리고 있으며 다양한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식용 곤충부터 인공고기…대상·식삶·다나그린, 미래 식품 소재 경쟁 '활활'
대체 단백질 식품이나 종자 개량 등 식품 소재 생산은 최근 관심이 높아진 분야다. 배양육(Cultured Meat), 대체육, 식용 곤충 등이 대체 단백질 식품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완제품이 등장해 시판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배양육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2030년 글로벌 육류 소비량의 약 10%를 배양육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40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별도의 도축 과정 없이 세포공학기술로 생산하는 인공 고기다. 배양육은 아직 상업적 대량 생산은 되지 않고 있다. 식물 단백질을 가공해 고기의 식감과 맛을 구현한 대체육과는 구별된다.
배양육 시장에서 최대 관심사는 경제성과 안전성 확보다. 실제 고기와 거의 유사한 맛, 질감 등을 구현하는 기술은 완성도가 높지만 아직 가격 경쟁력이 낮다. 또 먹는 음식인 만큼 세포를 키우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배양배지의 안전성 확보도 핵심요소다.
국내에선 다나그린, 스페이스F, 셀미트, 씨위드 등이 배양육 연구개발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엔 대상이 배양배지 업체인 엑셀세라퓨틱스와 손잡고 시장에 진출했다. 엑셀세라퓨틱스가 보유한 배양배지 제조기술과 대상이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영업네트워크 및 바이오소재(아미노산, 미세조류 등) 사업 역량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업체는 2023년까지 공동개발을 완료하고 2023년 말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식용 곤충도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수벌 번데기'를 9번째 새로운 식용 곤충 식품원료로 인정했다. 수벌 번데기는 고단백(52%) 식품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3대 영양소도 고루 함유하고 있는 만큼 과자, 선식 등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으며 미래 식량자원으로 활용가치가 높을 것으로 평가 받는다.
현재 식품원료로 인정받은 식용곤충은 백강잠, 식용누에, 메뚜기,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쌍별귀뚜라미, 아메리카왕거저리유충 등이다. 국내에서 식용곤충을 판매하는 기업은 한미양행, 빠삐용의 키친, 이더블버그 등이다.
국산 종자를 발굴하거나 외국 종자를 들여와 국내 재배법을 개발하는 등 농업 푸트테크에 적극 나선 곳도 있다. 식품 이커머스 '퍼밀'을 운영 중인 식탁이있는삶(식삶)은 국내에 초당옥수수를 처음으로 소개한 업체로 최근엔 스마트팜 설비를 구축해 국내 최초로 연중 생산을 계획 중이다.
또 최근에는 직접 종자를 개발한 감자로 품종을 등록하고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다. 올 가을 '더 단 감자(가칭)'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3D 식품 프린터 국내선 걸음마…맞춤형 건기식 풀무원·CJ제일제당 진출
3D(3차원) 식품 프린터나 AI를 활용한 맞춤형 제품 생산, 쿠킹 솔루션 등 생산 기기도 각광받는 분야다. 3D 식품 프린터는 재료를 프린터 기기에 넣으면 음식을 출력하는 방식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아 우주식품 개발을 위해 활용하는 등 미래 신개념 기술로 떠올랐다.
3D 식품 프린터 글로벌 대표 기업은 일본 스타트업인 오픈밀즈다. 오픈밀즈는 3D프린터로 뽑은 8비트 블록 모양의 초밥을 만들고 맛과 질감도 구현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리디파인 미트는 식물 기반 단백질로 3D 프린팅 식물육 스테이크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3D 식품 프린터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아직 규제나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3D 식품 프린터 유망 업체로는 이화여대 기술지주 자회사인 슈팹이 손꼽힌다. 슈팹은 대체육 식감 개선과 3D 프린팅으로 만든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소비자 맞춤 제품 생산, 쿠킹 솔루션 제공 등 생산 기술 영역에 대한 연구개발도 한창이다. 특히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분야는 지난해 8월 정부가 신산업 장려를 위해 규제를 최대 2년까지 면제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가동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소비자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맞게 건기식을 나눠 담아 파는 소분이 허용되면서다.
규제가 해소되자 식품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풀무원은 계열사인 풀무원건강생활을 통해 맞춤형 건기식 판매 브랜드 '퍼펙'을 내놨고 CJ제일제당은 스타트업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체결,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맞춤 건기식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11월 유전자 분석 전문업체인 EDGC(이원다이에그노믹스)에 이어 12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 HEM과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올해 2월 건기식 정기구독 모델 '필리'를 운영 중인 케어위드와 손을 잡았다.
◇푸드테크 이끈 배달앱 '배민' 로봇 확장…쿠캣, 차기 유니콘 부상
국내 푸드테크는 배달 서비스와 식품 전문 큐레이션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소비 문화는 배달 서비스 시장 규모를 대폭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음식 배달 산업은 품목 다양화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기술이나 로봇 배달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 선두기업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 법인 설립 9년 만인 지난해 기준 매출 1조995억원, 거래액 1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 서비스 강화를 넘어 최근 자율주행형 배달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매장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 '딜리 플레이트'는 상용화해 렌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대단지 아파트에서 자율주행으로 배달하는 로봇 '딜리드라이브', 호텔 내에서 배달하는 로봇 '딜리타워' 등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기술 분야에선 '쿠캣'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쿠캣은 최근 32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앞서 시리즈A 11억원, 시리즈B 50억원, 시리즈C 105억원을 받아 누적투자금액은 총 490억원에 달한다.
쿠캣은 국내 최대 음식 커뮤니티 '오늘 뭐 먹지?'와 글로벌 레시피 동영상 채널 '쿠캣', 간편식(HMR) 전문 푸드몰 '쿠캣마켓'을 운영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390억원을 달성하고 차기 유니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