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폐지가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이유는 여성가족부와 시민단체 반대 때문이다. 여가부는 셧다운제를 '게임 역기능 예방과 건전 게임 이용습관을 지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는 입장을 유지한다.
한국교직원단체총연합회는 부모선택제 도입 논의 때 게임중독 폐해를 위한 취지를 후퇴시킨다며 반대했고 중독예방시민연대 등 20개 시민단체는 작년 총선을 앞두고 “셧다운제 폐지에 찬성한 의원에 대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최근 관련 법안이 연이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9, 20대 국회에서도 셧다운제를 완화하자는 법안이 나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만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에 비해 개선된 것은 좋은 신호다. 정부도 셧다운제 개선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달 정부가 민간과 함께 과도한 국내 규제를 없애는 '규제 챌린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5개 과제에 셧다운제가 포함됐다.
셧다운제가 많은 문제를 가진 것은 명확한 사실이나 게임 과몰입과 과사용 우려 또한 존재한다. 향후 셧다운제 폐지 또는 완화 향방에 따라 대응할 정책 개발이 동시에 요구된다.
셧다운제가 완전 폐지되면 게임과몰입힐링센터에 게임 역기능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게임업계 기부금으로 설치된 게임과몰입 상담, 치유 기관이다. 현재 전국 7개 거점을 두고 있다. 문화예술 치유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 중이다. 셧다운제가 기대한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규제가 해소되는 경우 옵트인 셧다운제가 대안이다.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기본 옵션을 무규제 상태로 두고 친권자가 원할 경우에만 규제를 적용한다. 부모 교육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정에서 책임을 진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일정 시간 게임을 하면 경고를 띄우는 쿨링오프제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셧다운제와 세트로 묶인 쿨링오프를 따로 떼어내 단독 체계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미 도입된 개념이기 때문에 반발이 약하다. 효용성도 어느 정도 입증됐다.
즉시 폐지가 어렵다면 일단 제도를 유지하되 주무부처를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례도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청소년보호기능이 여성가족부로 넘어가면서 셧다운제 주무부처가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영향력이 미비하지만 상징적 의미로 셧다운제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며 “관련 법 조항을 게임법에 넣고 문체부 소관으로 옮긴 후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외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미국은 학부모단체와 민간, 대학 등에서 공동으로 과몰입 방지 캠페인을 운영한다. 영국은 정부 규제기관과 민간 자율기구가 상호 협력해 대처한다. 일본은 일부 도시를 제외하고 가정에서 자체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