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네이버), '유니버스'(엔씨소프트) 등 글로벌 메타버스 서비스의 이용량이 주 타깃인 10대 청소년의 방학을 맞아 폭증했다. 제페토는 내부에서 콘텐츠 검수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이용량이 늘자 아이템 생성을 제한하는 이례 조치까지 취했다.
8일 네이버에 따르면 제페토는 7월 들어 이용자가 만드는 아이템 제출 수량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용자는 제페토 안에서 '스튜디오' 기능을 이용해 아바타 옷, 장신구 등 아이템을 만들어 직접 사용하거나 판매하는데 최근 이 시스템 이용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제페토는 그동안 이용자가 제출한 콘텐츠를 최대 14일 이내에 검수했지만 최근 이 기간을 넘기는 일이 잦아졌다. 제페토는 검수 과정이 지연되자 이달부터 템플릿 에디터(2D) 아이템 제출량을 최대 10개에서 3개로 줄였다. 템플릿 에디터 아이템은 제페토가 패턴, 모양 등 아이템 제작에 샘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로 디자인 전문성이 떨어지는 청소년이 이용한다.
제페토를 개발·운영하는 네이버Z는 “빠른 아이템 검수와 운영 안정화를 위해 아이템 제출 수량을 일시 조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제페토 이용량이 폭증해 네이버Z 개발과 운영 리소스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계속 인력을 늘려 왔지만 서비스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어려워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인터넷 서비스가 이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콘텐츠 수량을 조절하는 것은 이례”라고 평가했다.
최근 해외에서 청소년들의 방학 시작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6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초·중·고등학교 방학이 시작되며 제페토 접속이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겨울방학 기간인 지난 1월과 2월에도 국내 제페토의 총 사용 시간은 각각 110만 시간 이상을 기록했다. 월 평균 70만 시간대를 기록한 3~6월보다 약 40% 높은 수치다.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유니버스 6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30만건 이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월 말 서비스 개시 당시 11개팀이던 참여 아티스트는 18개팀으로 늘었다. 유니버스는 K-팝 스타를 소재로 한 메타버스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0만을 넘어서는 등 이용자와 참여 아티스트가 늘고 있다”면서 “걸스플래닛999 전용 공간(플래닛)을 오픈하는 등 팬덤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성장세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한 K-팝 비디오 커뮤니티 플랫폼 '어메이저' 역시 지난 2분기를 전후해 이용량과 아티스트 협업 사례가 증가했다.
인터넷 업계는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가 차세대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짙다고 전망했다. 제페토는 90%, 유니버스는 80%, 어메이저는 96% 이상 이용자가 한국 외 지역에서 접속하고 있다.
이의중 어메이저 대표는 “K-팝 중심 팬덤과 결합한 메타버스 서비스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엔터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미래 고객인 청소년 이용자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전망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